쑹산공항에서 써니호텔로, 그리고 그 앞의 육교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1-3

요즘의 여행은 옛날 여행과 많이 다르다. 사전에 많은 정보를 갖고 길을 떠난다. 정보는 인터넷에 널려 있다. 지도책 하나에 의존했던 여행은 더 이상 없다. 핸드폰의 각종 앱이 여행길을 돕는다. 심지어 통역도 해준다. 타이베이 여행하면서 영어로 말을 하면 대만 사람들이 통역앱을 켜고 핸드폰을 내미는 경험을 자주 했다. 나에겐 자동으로 로밍이 되어 12기가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핸드폰이 있었고 수첩속엔 1천원권의 대만 화폐 다섯 장이 있었다.
대만 화폐 1천원권은 대략 우리 돈으로 5만원 정도가 되었다. 고액권인 셈이다.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 내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난 뒤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고액권을 잔돈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같이 간 그녀가 공항의 은행 창구로 가더니 나더러 잔돈으로 바꿔달라 말하라 한다. 어떨 결에 Can I exchange this big money to small money?라고 했다. 고액권을 뭐라고 하는지 생각이 안나 1천원권을 내밀며 이 거금이라고 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직원은 찰떡 같이 알아듣고는 딱 한 장만 된다고 손가락 하나를 펴보이며 Only one이라고 하고는 500원권 한 장과 100원권 다섯 장을 내주었다.
다음에 해야할 일은 타이베이 여행 중에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편리하다는 이지카드를 사는 것이었다. 기계에서 구입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기계 앞에 섰지만 한글 안내가 없었고 영어 안내도 없었다. 잠시 당황하는 사이에 그녀가 그냥 지하철역으로 가보자고 했다. 역의 입구에 있는 안내 창구에서 정말 이지카드를 살 수 있었다. 300원씩을 충전하여 두 장을 구입했다. 1천원권을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또 잔돈이 생겼다. 공항에서 해야할 여행 준비는 모두 끝났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서

쑹산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지하철을 찾아갈 때 발앞에 빛의 징검다리가 깔려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역에서

한국을 출발할 때 여행은 지하철을 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타이베이에 도착한 뒤에도 여행은 지하철을 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쑹산공항역에서 지하철은 무사히 탔다. 하지만 지하철역이 양쪽으로 열차를 탈 수가 있었다. 구글맵을 켠 내가 같이 간 그녀에게 어느 쪽으로 타야 하는지 좀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는 두 정거장 가서 바꿔타야 한다고 덧붙였더니 그녀가 그럼 이쪽이네 라고 했다. 노선도를 보니 반대편은 정말 바꿔타는 곳이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의 지하철에서

탈 때는 지하였으나 열차는 곧장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잠깐 공항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열차의 창으로 바깥의 거리 풍경을 보여주었다. 우리 열차는 다른 노선을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는 다시 지하로 들어갔다. 잠시 바깥을 맛보기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의 난징푸싱역에서

브라운 라인의 열차를 타고 단 두 정거장만에 난징푸싱역에서 그린 라인으로 갈아타야 했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더니 그녀가 그냥 사람들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의 난징푸싱역에서

난징푸싱역에선 세 정거장을 가서 베이먼역에서 내려야 한다. 쑹산공항으로 오니 숙소까지 정말 가깝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의 난징푸싱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들고 있는 생수병이 눈에 띄었다. 그건 뭐냐고 했더니 비행기에서 산 것이라고 했다. 뭔 물도 사야 하냐고 했더니 물도 그냥 안주더라고 했다. 생수 한 병이 2천원이었다. 그것도 생수병이 작았다. 둘이 저가항공은 날강도가 따로 없다고 투덜거렸다. 저가항공은 싸게 태워주고 생수를 비싸게 팔아서 날강도가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구글맵은 베이먼역의 1번 출구로 나가라고 했다. 출구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간 뒤 뒤돌아보니 푸른 나무들이 무성했다. 3월의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날씨는 조금 습했고 나는 기온이 쾌적하다고 느꼈지만 그녀는 덥다고 했다.

구글맵 캡쳐 화면

나중에 집에 돌아와 구글맵의 스트리트 뷰로 내가 걸었던 길을 다시 복기해 보았다. 그때 횡단보도를 건너 뒤돌아 보았을 때의 풍경이 똑같다. 나무들이 그리는 윤곽선이 내가 찍은 사진 속 윤곽선과 일치한다. 걸었던 곳을 얼마든지 복기하며 집구석에 앉아 다시 걸어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몸으로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본다. 마치 그 길을 걷는 듯하다. 하지만 단순히 구글맵만으로는 그곳의 대기, 소음, 햇볕과 같은 것들을 호흡할 수 없다. 여행이란 피곤한 다리를 끌고 막 그곳에 도착했을 때 거리가 주는 대기의 느낌과 날씨의 기억을 갖는 일이다. 가상의 세계는 여행의 순간이 주는 그러한 사소한 체험을 대체할 수 없다. 다만 우리 경험의 환기를 도울 뿐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내가 우리가 묵을 호텔은 건너편에 있다면서 걷고 있는데 그녀가 저 호텔이네 라고 했다. 구글맵은 내가 들여다 보고 있는데 지하철의 탈 방향이나 호텔은 항상 그녀가 먼저 찾아냈다. 호텔 아래 LG가 있다는 것은 미리 알아두었는데 정말 LG가 있었다. 타이베이에서 며칠 보내는 동안 한국을 자주 만났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호텔의 출입구는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에 있었다. 써니 호텔이다. 하지만 간판이 두 개였다. 어떤 간판에는 Relite Hotel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자로는 여래상려(儷萊商旅)라고 되어 있었고 구글에게 물었더니 리라이 상뤼라고 읽는다 했다. 儷는 짝 려자이고 萊는 명아주 래자였다. 상려(商旅)는 비즈니스 호텔을 뜻하는 듯하다. 오래된 낡은 호텔이었지만 이것도 겨우 잡았다고 한다. 호텔평은 엇갈렸지만 나는 묵는 동안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먼저 도착한 딸이 캐리어를 맡겨 놓고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딸을 기다리는 동안 호텔 근처를 돌아보았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육교가 인상적이었다. 육교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로 계단을 올라가 길 건너편으로 건너간 뒤 횡단보도로 다시 건너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호텔 앞 육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른쪽이 타이베이에서 유명한 시먼딩 거리이다. 밤에 나가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도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버스 정류장도 그렇다. 미묘한 차이가 각자의 특징을 만든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골목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빈틈이지만 오토바이에겐 주차 공간이다. 때로 어떤 골목은 사람들의 빠른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타이베이에선 여기저기서 골목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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