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빵과 버블티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1-4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타이베이의 도심에 있는 써니 호텔의 3층 3212호실에 묵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복도로 들어서면 맨끝에 있는 객실이었다. 책상이 하나 있어 갖고 온 맥북을 꺼내 올려 놓고 전기를 꽂았다. 와이파이가 잘 되질 않는다. 창가에 있는 책상 자리에서만 그랬고 가장 안쪽에 있던 딸의 침대에선 와이파이가 잘 되었다. 데이터 로밍을 넉넉하게 해 갖고 와서 아이폰의 핫스팟을 켜고 이를 이용해 맥북에서 인터넷을 했다. 그렇게 하니 또 인터넷이 잘 된다. 하루에 데이터를 대략 1기가 조금 넘게 썼다. 데이터는 그녀와 내가 함께 썼다. 딸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심을 이용했는데 나도 다음 번에는 그 방법을 이용하던가 해봐야 겠다.
호텔은 딸이 잡았다. 객실을 두 개 잡으려다 셋이 묵을 수 있는 방이 있어 하나를 잡았다고 했다. 객실에는 침대가 세 개 놓여 있었다. 침대 하나는 딸이 쓰고 두 개의 침대는 붙여서 그녀와 내가 함께 썼다. 카드 키는 하나를 주었다. 딸이 말해서 하나 더 받았다. 비행기표는 그녀가 끊었다.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같이 다니는 여정과 함께 각자 다니는 시간도 갖기로 했다.
나의 여행은 대체로 보러 다니는 여행이다. 특별히 무엇인가를 보려 하질 않고 그냥 거리를 걸으며 돌아다니다 시선을 끌어 당기는 것이 있으면 사진을 찍는 식이다. 대개는 어떤 텍스트를 환기시키는 것들이 내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만든다.
딸과 그녀의 여행은 대체로 맛집 기행에 가깝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딸과 그녀의 여정에 동행하여 나도 맛집 기행에 나섰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호텔을 나오면 곧바로 골목이 하나 있다. 이 골목으로 가면 세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나는 하루는 이 골목을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 동네를 안다는 것은 골목을 아는 것이다. 나는 골목을 통해 호텔 주변에 익숙해졌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없는 평범한 거리를 처음으로 지난다. 평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꾸려가며 많은 일들의 기억을 남겨준 특별한 거리일 것이다. 모든 거리는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여행온 나는 누군가의 특별한 거리를 처음으로 걷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사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평범이 여행온 이에게는 특별함이 되기도 한다. 타이베이에선 오토바이가 그랬다. 신호를 기다리며 모여 있는 오토바이는 타이베이를 생각하면 떠오를 독특한 풍경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딸이 가장 먼저 우리를 데려간 곳은 후추빵 가게였다. 가게 간판을 우리 식으로 그냥 읽으면 복주세조(福州世祖) 호초병(胡椒餅)이었다. 구글의 도움을 얻어 하나하나 뜻을 알아보면 복주(福州)는 중국 동남부에 있는 푸젠성의 성도 푸저우를 가리키며 이 지역이 이 빵의 기원이 된 곳이다. 세조(世祖)는 오래된 맛의 비법을 전수 받았다는 뜻이다. 호초병은 후추빵으로 중국어로는 후자오빙이라고 읽는다. 그러니까 간판은 푸저우에서 전해 내려온 오랜 전통의 후추빵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는 보통 미리 만들어놓고 파는 데 즉석에서 만들어서 팔았다. 만드는 것을 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줄을 서야 했으며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없었다. 사서 거리에서 서서 먹었다. 오직 테이크아웃밖에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딸은 마치 와본 적이 있는 곳처럼 능숙하게 다음 목적지를 찾아갔다. 찾아간 곳은 대형 백화점의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 가게의 한글 간판이 시선을 끌어 당겼다. 타이베이와서 한글 간판을 보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진진분식 위의 한국소홀(韩国小吃)은 한국식 샤오츠란 뜻이다. 샤오츠는 간식이란 뜻으로, 길거리나 야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리킨다고 한다. 한국인이 어지간히 많이 오나 보다. 그런데 대만에 놀러와서 한국 음식을 왜 먹는다는 것이냐.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버블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탁자 위에 딸이 받아온 번호표가 눈에 띄었다. 이게 떨리면 가서 가져 오는 거냐고 물었더니 가져다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번호표 보고 갖다 주는 것이라 했다. 상당히 신박한 방법으로 보였다. 딸의 설명을 듣고 나자 직원들이 탁자 위에 놓인 번호표를 살펴보며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버블티는 마시다 보니 무슨 포도 알갱이 같은 것이 씹혔다. 내가 무슨 알갱이 같은 것이 있어라고 했더니 딸이 그게 바로 펄(pearl)이야 라고 했다. 타이베이에 머무는 동안 진주 알갱이 음료를 여러 차례 마셨다. 딸이 유난히 좋아했다. 딸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졌다.
버블티는 주문할 때 당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30퍼센트 당도로 주문했다.
우리가 처음 버블티를 마신 곳은 춘수당이었다. 봄이 물처럼 흐르는 곳이었다. 봄을 한잔 마신 기분이 들기도 했다. 1983년에 문을 연 곳이다. 1983년이면 내가 대학교 3학년 때이다. 가게 이름 옆의 인문차관(人文茶館)이란 글귀도 눈에 띄었다. 인문학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인문이란 말이 차관에 붙을 줄은 몰랐다. 단순히 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차 문화를 즐기며 문화적 교양과 휴식을 향유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백화점 매장의 과일은 익숙한 것도 있고 한번도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이국으로의 여행은 뭐든 볼만한 것으로 만든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화장실의 명칭은 여러가지 였으며 그 중에는 세숫간이란 명칭도 있었다. 우리도 한때 썼던 명칭이다. 화장실이란 명칭은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의 오토바이는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모여서 오토바이의 섬을 이룬다. 섬은 바다에 갇혀 있지만 오토바이의 섬은 그렇지 않다. 신호가 바뀌면 자동차보다 더 빨리 세상을 헤쳐나가는 물결이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모여있으면 작은 것들도 위용을 갖춘다. 모여있는 오토바이가 그랬다. 자주 오토바이의 위용 앞에 시선을 뺐겼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처음에는 바나나 까먹는 법인가 했다. 자세히 보니 꽃그림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길건너 편에서 도쿄 여행 때 자주 보았던 일본풍의 등이 보였다. 베트남에 갔을 때는 비슷하면서도 등이 달랐는데 타이베이의 시장에서 만난 등은 종종 일본과 매우 유사했다. 대만 여행객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색해보면 2025년에 년 150만명으로 나온다.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이 한국이다. 한국은 100만명 정도 되는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1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가게의 이름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주(酒) 88도 그 중의 하나였다. 술을 파는 상점임을 주라는 한자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나의 흥미를 끈 것은 그 아래 적힌 A lot of Spirits라는 영어였다. spirit을 영혼으로 알고 있는 나는 술에는 수많은 영혼이 있다는 얘기인가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spirits는 증류주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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