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람을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게 만든다. 여행의 흥분으로 첫날 저녁에 과음을 했지만 일찍 잠이 깨었다. 첫날의 사진 가운데 몇 장을 골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났을 때 두 여자도 잠에서 깼다. 아이폰은 타이베이에 오니 시간을 자동으로 현지 시간으로 바꿔 놓고 있었다. 하지만 맥북의 시간은 한국 시간 그대로였다. 한국과 1시간 차이가 났다. 우리의 시간이 아침 9시일 때 타이베이는 8시이다. 맥북의 시간이 9시일 때 아이폰의 시간은 8시였다. 맥북은 한국 시간을 그대로 살고 아이폰은 잽싸게 타이베이의 시간으로 갈아탔다. 두 여자는 아침에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근처를 돌아보고 오겠다고 했다. 내가 돌아보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돌아보았다. 나중에 보니 그곳이 시먼딩 거리였다. 타이베이에선 유명한 곳이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숙소의 창으로 앞쪽 도로가 보였다. 길건너편에는 푸싱초등학교가 있다. 도로와 가까워 가끔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음이 창틈을 비집고 들어오기도 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거리로 나가니 아마도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관광버스가 보인다. 버스가 특이하다. 운전석이 아래쪽에 있고 승객들은 위층에 타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타고 나면 운전석이 보이질 않는다. 맨앞의 좌석에 타는 승객은 운전석 위에서 앞을 훤하게 보면서 갈 수가 있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표시를 했더니 운전기사 분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육교에 올라가 베이먼역 쪽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타이베이와서 처음으로 내린 역이다. 베이먼은 한자로는 북문(北門)이다. 시먼은 서문(西門)이다. 돌아다니면 중국말을 조금씩 알게 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무성한 푸른 잎들 위로 붉은 꽃을 내민 나무가 있었다. 나무의 이름은 화염목(火焰木)이다. 불꽃의 나무인 셈이다. 그러니 꽃이 그냥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타이베이에서 가로수로 서 있는 것을 자주 만났으며 공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열대 관상수라고 한다. 아프리카 튤립 나무로도 불리며 붉은색이나 주황색 꽃이 횃불처럼 핀다고 한다. 내가 본 것은 붉은 색의 꽃이었다. 화염목은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하며 8m 이상 곧게 자라는 큰 나무를 가리키는 상록 교목이다. 나무가 정말 컸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동백처럼 길에 뚝뚝 떨어져 있는 꽃들이 많았다. 화염목의 꽃은 아니다. 이 꽃은 목면(木棉)나무의 꽃이다. 두 나무가 붙어 있었다. 목면나무는 열매에서 솜을 얻을 수 있어 솜나무라고도 불리며 빨간 꽃이 피어 붉은목화나무라고 하기도 한다고 한다. 양목면이나 카폭나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대만의 3~4월은 붉은 목면화(Kapok)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라고 하니 내가 이 꽃의 시기를 딱 맞춘 셈이다. 영어로는 cotton tree라고 한다. 영어로 검색을 하면 꽃은 나오지 않고 솜을 터뜨린 열매만 잔뜩 나온다. 열매를 잔뜩 매단채 열매를 솜뭉치처럼 터뜨린 모습도 우리에겐 신기한 모습이다. 열매의 계절에 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화염목의 불꽃을 가까이서 보기는 어렵다. 나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교가 마침 나무 곁에 있어서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 꽃이 피면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듯 했다.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불꽃으로 알리는 꽃이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철쭉을 만났다. 타이베이의 철쭉이라기보다 3월의 철쭉이다. 3월의 철쭉은 처음이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철쭉과 함께 도화도 만났다. 복숭아꽃이다. 서울에선 복숭아꽃이 흔치 않다. 타이베이에선 자주 만났다.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다면 3월에 타이베이를 찾으면 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타이베이의 오토바이는 거리에서도 독특한 풍경이 되고 골목에 모여 있을 때도 풍경이 된다. 골목에 모여 있을 때는 자전거와 함께 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간판이 영어로 적혀 있어 어떤 곳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고양이 카페였다. 찾아보니 누쿠누쿠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고양이 소녀라고 한다. 우리 집에도 고양이가 있어 그 녀석이 생각났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타이베이에 왔지만 여기서도 한국을 만난다. 시먼딩의 아침 거리를 걷다가 만난 것은 아이유였다. 와, 아이유다 하면서 한국말이 곁을 지나간다. 이국에서 만나는 아이유는 한국의 가수가 아니라 그냥 한국 그 자체가 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타이베이 여행의 첫날엔 신광미츠코시백화점 타이베이역전점의 지하 매장에서 한글로 쓰여진 진진분식을 봤었다. 여행 둘째날의 시먼딩 거리에선 달달해를 봤다. 영어로 고급 과일이라고 되어 있었다. 타이베이의 과일은 정말 달달하긴 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건물들이 높이를 높인 도시에선 햇볕이 지상을 밟기 어렵다. 그래도 햇볕은 가끔 좁은 틈을 비집고 집들을 찾아온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볕이 어느 집의 차양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아침마다 햇볕을 마중할 수 있다는 것은 도시에선 큰 축복이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아침의 시먼딩 거리에선 문을 연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리는 거의 문을 닫고 있다. 이곳은 사실 밤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늦게까지 잠자고 저녁이 오면 깨어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내가 아는 곳은 아니다. 다만 플래카드, 그러니까 가로 현수막의 아래쪽에 매달아 놓은 물병 두 개가 눈에 띄어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냥 버려두면 플래카드는 약한 바람에도 연신 펄럭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물병은 플래카드를 반듯하게 펴주면서 어느 정도의 바람엔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고 있었다. 좋은 생활의 지혜로 보였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건물의 창에 조밀하게 붙어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눈에 띄었다. 대만은 더운 나라이다. 에어컨이 여름의 더위를 막아줄 든든한 갑옷 같이 느껴졌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골목을 걷는 재미는 아침에는 골목의 끝에서 환한 아침을 만날 수 있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골목을 걷다 어, 또만나네 하면서 자주 아침과 조우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시먼딩 거리의 아침에 아직 문을 연 상점들은 거의 없었지만 사람들이 그 앞에 길게 줄은 노점은 있었다. 스타벅스와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앞세운 대만의 인기 패션 잡화 브랜드 로빈메이(Robinmay) 앞에서 봤다. 메뉴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계단한보(雞蛋漢堡)라고 되어 있었다. 계단은 닭의 알이니 계란이고 한보는 햄버거의 중국식 표기이다. 그러니까 계단한보는 대만식 계란 햄버거이다. 영어로 Pork Egg Burger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하나는 총조병(蔥抓餅)이라 되어 있었으며 총좌빙이라 하는 듯하다. 계란, 치즈 등을 토핑으로 추가해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바삭한 식감의 파전 스타일 간식이라고 한다. 두 노점 모두 줄이 길었다. 여행은 줄을 서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로 만들어준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길에 노란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올려다 보니 단풍이 든 듯한 잎이 한 나무에서 푸른 잎과 뒤섞여 있다. 이곳에선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겨울 없이 곧장 여름과 철을 바꾼다. 철을 교대하고 있는 계절을 나무에서 봤다.

2026년 3월 22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가로수가 야자수이다. 한국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신기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우리에게선 거의 사라진 공중전화도 자주 만났다. 공중전화는 옛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들을 만나는 반가움이다.

2026년 3월 22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에선 술집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거리에서 술취한 사람의 비틀거리는 걸음도 거의 보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술 주(酒)가 보이면 눈길이 갔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좌향(左香)이란 술집이 있다. 한자로 찬소(串燒)란 글자가 눈에 띈다. 꼬치구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대만식 꼬치구이 전문점이다. 늦은 밤까지 술을 판다고 한다. 술집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는가. 좌파의 향기라니.

2026년 3월 22일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골목 앞에 놓인 화분 두 개는 이 골목은 오토바이는 드나들지 말고 사람들만 드나들라고 하는 뜻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