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겸 점심으로 먹은 주먹밥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2-2

해외에 나가면 나는 관광지를 싫어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그냥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곳이었다. 이국의 땅에선 평범한 곳도 우리와는 많이 달라서 항상 감각이 환기되곤 했다. 신비로운 점이었다. 나는 그냥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우가 거의 없는 한가한 마을을 찾아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다. 그 때문에 가족이 함께 나가지만 각자 행선지를 정해서 따로 돌아다니다 저녁 때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고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니 그런 곳이라면 모두가 함께 가도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리하여 몇 곳은 가족이 모두 함께 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행 이틀째날의 여정은 아침에는 두 여자의 발맛사지와 내가 택한 아침의 시먼딩 거리 산책으로 나뉘어 졌지만 이후의 일정은 함께 하게 되었다. 여행 이틀째는 타이베이에 사는 히로타가 안내를 맡아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침에 시먼딩 거리를 산책하다 아이유의 초대형 사진을 봤는데 가족이 모두 함께 나선 거리에선 임윤찬을 만났다. 그가 낸 연주곡의 앨범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구글에서 위쪽의 한자들을 검색하고 번역 기능으로 알아봤더니 2022年范 克萊本國際鋼琴大賽 史上最年輕金牌得主라는 구절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사상 최연소 금메달 수상자라는 뜻이었다. 세상 좋다. 핸드폰만 있으면 뭐든 알 수 있다. 찾아보니 임윤찬은 2022년 6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고 한다(당시 18세). 아울러 탁월한 연주로 금메달(1위)뿐만 아니라 청중상, 신작 최고연주상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길을 걷다 보니 돔형의 독특한 형태를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만 박물관이라고 했다. 대만에서 가장 최초로 건립된 박물관이다. 길을 오가면서 자주 봤다. 하지만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침겸 점심 식사 거리를 사려고 하는 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어떤 사람이 택시를 타고 와선 줄에 합류했다. 히로타가 이걸 사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와서 줄을 서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걸 먹겠다고 줄을 서 있는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함께 웃었다. 11시반까지 밖에 팔지 않는다고 해서 조금 초조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침겸 점심으로 먹을 식사 거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곳은 칭다오판투안(青島飯糰)이란 곳이었다. 판투안이 주먹밥을 뜻한다. 노부부와 젊은 아들이 함께 하는 가게 같았다. 하지만 위쪽으로 보이는 가게 간판은 달랐다. 아침 11시반까지는 주먹밥을 파는 가게이고 그 다음에는 다른 가게가 문을 연다고 했다. 주먹밥은 예외 없이 테이크 아웃이어서 달리 공간이 필요 없기는 했다. 우리도 무사히 주먹밥을 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주먹밥을 산 뒤에 가까운 공원에 가서 먹기로 했다. 가는 동안 푸른 잎이 무성한 가로수를 봤다. 아직 우리에겐 어느 정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떤 곳은 계절이 이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228 평화공원에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228 평화공원이었다. 공원에 철쭉이 많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228 평화공원에서

228 평화공원에 있는 정자이다. 연못 가운데 있었으며 정자까지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연못에선 분수가 올라오고 있었다. 228 평화공원은 2·28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박물관이 있는 공원이다. 대만의 2·28 사건(1947년)은 일제 패망 후 대만을 접수한 국민당 정부의 부패와 압제에 반발해 현지 주민인 ‘본성인’들이 일으킨 민중 봉기와 이에 대한 국민당의 무자비한 학살(약 1만~3만 명 사망) 만행으로 벌어진 사건을 가리킨다. 대만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오랜 기간 언급이 금기시되다 민주화 이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진행되었다. 대만도 우리의 4.3과 같은 아픔이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228 평화공원에서

주먹밥 먹고 있는 데 참새 녀석이 얼쩡거리며 좀 달라고 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결국 떨어진 밥풀 몇 알 얻어 먹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228 평화공원에서

공원에 놀러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여자들이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만 사람들로 보이진 않았다. 히로타가 대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같다고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228 평화공원의 바로 옆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역이 특이하다. 가운데를 비워 오가는 지하철이 위에서 들여다 보인다. 타이완대학병원역이다. 모든 역이 이러한 구조는 아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가 탄 지하철은 레드 라인, 그러니까 빨간선이었다. 한국에도 레드 라인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잘 생각나질 않았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우리 동네의 지하철은 5호선으로 보라색의 퍼플 라인이다. 돌아와서 찾아 봤더니 신분당선이 레드 라인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서 행선지에 내려 걸어갈 때 이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위층의 난간에 줄지어 걸려 있는 화분 때문이었다. 화분은 가꾸는 이보다 지나가는 이에게 더 큰 아름다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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