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속도를 찾아 2021년으로 돌아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6월 14일 우리 집에서

애플에서 나온 맥북 프로라는 노트북을 갖고 있다. 일할 때 쓴다. 2019년 모델이다. 거의 하루 종일 모든 일을 이 노트북으로 하며 여행할 때도 갖고 간다. 이 노트북에는 타호라고 불리는 최신의 맥OS가 깔려 있다. 현재로선 최신이지만 더 이상 OS 업그레이드는 되지 않는다. 더 이상 OS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노트북이 오래되었다는 소리이다. 오래된 컴퓨터에 최신의 OS를 깔아놓으면 컴퓨터가 느리다. 그래도 글을 쓰거나 사진을 한두 장 정리하는 일을 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실제로도 여전히 잘 쓰고 있다.
문제는 정리해야할 사진이 한두 장이 아닐 때이다. 가령 어떤 행사 사진을 찍어주면 정리해서 넘겨주어야 할 사진이 3, 4백장 될 때가 있다. 2천여장 찍어서 그 중에서 3, 4백장을 고른다. 고르는데 그치지 않고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보정을 해야 한다. 그러면 느린 속도가 큰 문제가 된다. 최근에도 행사 사진을 찍었는데 일을 해도 해도 잘 진척이 되질 않았다. 예전에는 이렇게 느리질 않았는데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OS가 예전 것이었고 사용하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도 옛날 버전이었다. 최신은 편하긴 한데 새로운 컴퓨터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컴퓨터는 비싸서 살 수가 없다.
생각해 보니 내게는 맥북 프로와 함께 아이맥이 한 대 더 있다. 아이맥에는 몬터레이라고 불리는 옛날 OS가 깔려 있다. 맥OS 12의 시스템이다. 2021년에 나온 것이니 5년전의 시스템인 셈이다. 이 아이맥은 2015년 모델로 맥OS가 여기서 멈춰 있다. 여기서 작업하면 좀 빠르지 않을까 싶어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여기에 깔았다. 최신의 프로그램은 깔리지 않는다고 나왔다. 그래서 한 단계 아래 버전의 프로그램을 깔 수밖에 없었다. 한단계 아래도 깔리긴 깔리는데 모든 기능을 다 이용하려면 최소 맥OS 14가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가 나왔다. 경고 문구는 무시하고 깔았다.
깔고 나서 작업해보니 확실히 빠르다. 사진이 들어 있는 외장 하드를 옮겨 꽂는 것이 귀찮아서 맥북에 물린 상태에서 파일 공유를 켜고 네트워크로 작업을 했는데도 아주 빠르게 돌아갔다. 오늘 마칠 수 있으려나 걱정했던 작업이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컴퓨터의 세상에선 현재를 산다는 것이 느려터진 속도를 감내하는 일이 될 때가 있다. 컴퓨터가 오래되면 그렇다. 컴퓨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속도로 돌아가지만 OS와 프로그램은 업그레이드 되면서 속도를 떨어뜨린다. 옛날의 세상으로 돌아가면 잃어버린 속도를 되찾을 수 있다.
현재의 편리에 맛들여 속도를 잃었다. 그러다 잃어버린 속도를 찾아 2021년으로 돌아가야 했다. 속도는 빨랐지만 최신의 기능 중 몇몇은 쓸 수가 없었다. 최신의 세상이 편하긴 했다. 최신의 세상은 편한 세상이지만 아주 큰 돈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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