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6월 19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우렁이 한 마리가 논을 기어간다. 하루종일 내 서너 걸음이다. 걸어간 흔적이 논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서너 걸음의 내 걸음에 우렁이의 하루 종일이 담기는 것일까. 전혀 그렇질 않다. 서너 걸음으로 우렁이의 하루 종일을 가면서 나는 그 걸음에 몇 초의 시간밖에 담지 못한다. 우렁이는 천천히 나의 서너 걸음을 가면서 그 길이에 하루 종일의 시간을 꼭꼭 눌러 담는다. 빠르게 간다는 것은 휙휙 지나치는 것이며 천천히 느리게 간다는 것은 짧은 거리 안에 시간을 꼭꼭 눌러 담으며 가는 것이다. 휙휙 지나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지만 꼭꼭 눌러담은 시간은 지나친 곳에 하나하나 새겨져 지나온 곳에 선명하게 남는다. 길이만 비교하려고 든 나를 비웃듯 우렁이가 하루의 삶을 꼭꼭 눌러 담아 천천히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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