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3일 서울 천호동에서
능소화의 계절이다. 동네에 능소화가 예쁜 집이 있다. 단독주택이다. 능소화가 피면 찾아가서 꽃과 얼굴을 마주한다. 아파트 한 곳도 능소화가 아주 좋다. 출입구 두 곳을 모두 능소화의 자리로 내주고 있는 아파트이다. 능소화가 피면 이 아파트에 들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이 아파트에 들러 수많은 꽃송이를 올려다 보다 그 가운데서 문득 한 송이가 얼굴에 가득 담고 있는 웃음을 보았다. 웃고 있는 능소화였다. 능소화의 웃음을 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먼저 본 기억은 집 나가서 살던 시절의 방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도 동네를 걷다 어느 집의 담벼락에서 능소화의 웃음을 만났다. 그리고 사는 동네서 능소화의 웃음을 다시 만났다. 꽃은 무수히 많지만 웃는 능소화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전염이 되었는지 입가로 자꾸 실실 웃음이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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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8일 서울 방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