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지금 피고 있는 거니,
아님 널 부르는 네 안의 소리가 있어
네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는 거니?
몇년 전에 찍은 사진이니
아마도 사진을 찍을 때는
분명 꽃이 피고 있었을 것이며,
찍는 나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묵혀 두었다가 다시 꺼내보니
사진을 찍을 때 분명했을 그 느낌을 옆으로 밀치며
또 다른 느낌이 슬쩍 고개를 든다.
꽃은 피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운데로 몰려들어
제 속에 귀를 기울이고,
제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제 내면에서 무슨 소리가 울리고 있었던 것일까.
오래 두었다 꺼내보면
사진은 종종 분명했던 눈앞의 사실을 지우고
전혀 다른 느낌을 선물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사진 속의 대상은
원래의 그대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세월 속에서 숙성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사실의 저장소가 아니라
가끔 대상의 숙성소이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또다른 국화 사진과
그에 곁들인 글은 다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화
2 thoughts on “국화 2”
국화가 하얀꽃만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콩나물 국화도 있고, 반항기 가득 염색한 국화도 있네요.
다문화 시대가 맞나 봅니다.
세월은 숙성돼도 그저 시들고 싶지 않습니다.
국화야 시들어도 또 다음 해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내년 가을엔 더 시들어 있을까요?
혹시 모르죠.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