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미사에 늦은 적이 없는 신부님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4월 11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두물머리의 생명 평화 미사에서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물머리 강변에서 미사가 열린다.
오후 3시에 시작되는 이 미사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고 있다.
매일 가지는 못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만 가고 있다.
그냥 미사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즐거움이 있다.
갈 때마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이 다르고
그때마다 즐거운 신부님의 유머를 접한다.
4월 11일 일요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날 신부님이 좀 늦었다.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 동창 중에 저처럼 신부가 된 친구가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자신은 한번도 미사 시간에 늦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살다보면 사정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늦을 때가 한두 번은 있게 마련인데
어떻게 한번도 늦은 적이 없을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게 미사라는게 시작되고 난 후에 도착해야 늦는 건데
미사는 꼭 자신이 도착한 뒤에야 시작되기 때문에
자신은 한번도 미사에 늦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와하하 웃었고,
웃을 시간을 준 신부님은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저는 오늘 조금 늦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사 시간 전에는 도착을 했습니다.”

물론 우스개 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신부님은 강론에서 하느님은 직접 우리에게 오진 않지만
다양한 계시를 통하여 우리에게 온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계시가 자연을 통해 나타나곤 한다는 말을 했다.
때문에 자연은 종종 자연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이 포클레인으로 강을 파헤치고 파괴하는 행위는
결국 하느님의 계시를 왜곡하고 죽이는 것이란 말씀이었다.
강론을 하고 있는 중에 일군의 새떼가
울음소리를 요란하게 우리의 머리맡에 흘리며 날아갔다.
맞어, 맞어 하고 재잘재잘거리면서 지나가는 듯 했다.

강론의 끝무렵 중 신부님이
우리는 이런 강의 파괴에 맞서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싸움에선 이길 수도 있고, 또 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면 누가 손해일까요.
우리가 손해일까요, 아니면 하느님이 손해일까요?”
그거야 우리 손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신부님의 말씀은 내 생각을 빗나갔다.
“하느님이 손해겠지요.
자신이 창조한 자연인데 그게 망가지면
만든 분이 가장 크게 손해보는 일이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뭐 알아서 하실 거예요.
지면 자신이 손해인데 가만 있으시려구요.
우린 그냥 마음을 모아 싸우기만 하면 되는 거겠죠.”
이 싸움이 외로운 우리들만의 싸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느님까지 싸움에 나선 유래가 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싸움에 나서는 사람들이 특히 하느님을 찾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6 thoughts on “한번도 미사에 늦은 적이 없는 신부님

  1. 참 부럽네요. 저도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미사를 올리고 싶네요.
    하지만, 미국에 있어서 … 멀리서 나마 신부님과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한마음으로 올리는 제사야 말로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것일것 입니다.
    평화가 미사 올리는 무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기도 합니다.

    1. 저는 천주교 신자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무릎꿇고 기도를 드리게 되는 거 같아요. 건물 속에서의 미사와는 많이 느낌이 달라요. 강이 지키겠다는 마음에서 참석했지만 내 마음에도 많은 위로를 주십니다.

  2. 하여간 신부님들의 넉살과 여유는 확실히 배울 만한 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믿음은 우리의 시각을 넓혀야 하고, 배포를 기르고,
    견디며 지켜봐야 한다는 격려와 도전을 가르쳐 주는 것 같구요.

    1. 특히 이런 자리에서 만나는 신부님들이 더더욱 그런 거 같아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의 만남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구요. 실제 본당에서야 이렇게 유머스럽고 여유있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3. 앗따! 그 신부님, 참 명쾌 통쾌 하시네요.ㅎㅎㅎ

    오늘(아니, 어제) 기분좋은 기사를 하나 봤어요.
    보수인사시며, 저희 교회 설교자이시며, 한 때 제가 존경했던(지금도 그 존경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지만요), MB와 절친이라는 소문도 있는(이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나마 남은 존경도 거둘까 하고 있습니다만) 손봉호박사님을 비롯하여, 기독교계 몇몇 분이 MB 정권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드라구요.

    두물머리 미사 이야기가 오를 때 마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하게 육두문자 댓글을 내지르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요. 두물머리 평화미사, 참 아름다운 풍경이예요.

    1. 명바구 정권에 대해선 예의를 차리는게 과하다는 느낌을 많이 갖게 되죠.
      저도 명바구 정권을 생각하면 욕을 참는게 가장 힘들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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