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의 숲길을 걷다가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간 담쟁이를 보았다.
나무 뿐만이 아니다.
담쟁이는 그것이 무엇이든 기어오르길 좋아한다.
벽을 기어오르는 것은 특히 담쟁이의 주특기이다.
사람들은 그때마다 담쟁이에서
벽이 걸음을 막아도 좌절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본다.
나는 그 점에 대해선 약간 이율배반을 느낀다.
그건 기어오르다는 말 때문이다.
기어오르다는 말에선 악착같은 삶의 의지나 저항감이 느껴지지만
또 사람들의 “이게 어딜 기어올라”라는 말 속에선
그 악착같은 저항의 몸짓을 밟아버리려 하는 권위의식이 손끝에 잡힌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기어오르는 악착같은 삶을 긍정하는 한편으로
기어오르는 삶을 밟아버리려 하는 이중의 모습을 갖고 있다.
우리들 속엔 벽을 넘어서려는 공격적 욕망과
어디 벽을 넘어오려고 하냐는 자기 방어의 욕망이 함께 공존한다.
담쟁이의 삶을 긍정하면서도
그런 삶을 자신의 앞에서 허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들이다.
나무와 벽은 담쟁이가 아무리 기어올라도
그것을 묵묵히 다 받아준다.
6 thoughts on “담쟁이, 나무를 기어오르다”
근데.. 담쟁이 넝쿨은 나중에 감긴 나무가 죽지 않나요?
벌써 주말이네요. 애가 생기니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큰 일이니다.
담쟁이는 안 그런거 같구요, 칡넝쿨이 그런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아, 글쎄, 그녀가 아이가 유학을 간 뒤로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돌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님이 요즘 엄마 노릇 톡톡히 하고 계시나 봅니다.
앗, 다시 찾아봤더니 담쟁이도 그렇다고 하네요. 담쟁이가 기어오르면 좀 위험하긴 한 거네요.
고골 숲길에서 담쟁이들을 많이 봤는데,
담쟁이는 어디서나 좋은 풍경을 선사하는군요.
담쟁이가 없었더라면 지극히 평범해 보여 쳐다도 안 봤을 나무들이
담쟁이 덕에 눈에 띄니, 이만한 공존 관계도 없네요.
담을 기어오르면 담쟁이,
나무를 기어오르면 나무쟁이. ㅋㅋ
맞아요 그러고 보니 저놈이 잘 기어오르죠…
기어오르는 게 때로 귀여울 때가 있어요….
사랑해서 기어오르는 그런 것…
기어오르지 않고서야 어찌 높은 곳을 넘볼 수 있으리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