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대학 졸업

딸이 대학을 졸업했다. 도쿄에 있는 와세다 대학이다. 졸업식을 보기 위해 도쿄까지 가야 했다. 간김에 며칠 놀다가 3월 29일날 함께 귀국했다. 우리 졸업식과는 많이 달랐다. 원래는 졸업식을 와세다 대학의 강당이자 일본의 근대 문화 유산이기도 한 오쿠마 강당에서 하는데 올해는 공사중이어서 학부모들의 입장은 제한이 되었다. 할 수 없이 3호관이란 건물에서 졸업식이 아니라 졸업식 중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찌나 건물이 좋던지 건물 자랑하려고 학부모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졸업식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하나는 단과대에서 진행되는 학위수여식이었다. 맥주로 건배를 하기도 하고 기념 사진도 찍으면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보기에 좋았다. 오쿠마 강당에서 있었던 실제 졸업식은 무슨 응원처럼 진행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간간히 웃었으나 일본어를 모르는 우리는 딸이 졸업식을 끝내고 나온 뒤에야 웃을 수 있었다. 졸업식 자체는 우리로선 다소 의아했다.
우리처럼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쓰는 전통은 없었고, 대개 여학생들은 하카마라 불리는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었다. 한복을 입은 학생이 한 명 있었다. 딸은 그냥 평범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하카마 대여 비용이 50만원이나 한 것이 큰 이유가 되었다. 나중에 일본 친구 마사코님께 그 얘기를 했더니 비용에 놀라는 눈치였다. 자신이 졸업할 때는 하카마를 입은 졸업생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혼자서는 입을 수가 없어 졸업식 날 새벽같이 나가서 대여해주는 곳에서 화장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대학은 무사히 졸업했다. 졸업하고 함께 귀국하면서 같이 지내고 있다. 몇 년만에 누리는 가족의 충만한 나날들이다. 졸업이 이래서 좋은 것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