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기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월 16일 양수리에서

뻥튀기 기계는 하루 종일 펑펑 거립니다.
매일 뻥만 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뻥튀기 기계는 절대로 뻥치는 법이 없습니다.
때로는 쌀이,
때로는 옥수수가,
또 때로는 누룽지가
그 속에서 들들 볶이지만
펑 소리와 함께 속을 열어놓는 순간,
그 속을 뛰쳐나온 쌀이, 옥수수가, 누룽지가 모두 고소한 인생이 됩니다.
뻥튀기 기계는 제 속으로 들어오는 세상 모든 것에게
고소한 인생을 약속합니다.
뻥튀기 기계는 한번도 그 약속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뻥친 적이 절대로 없다는 거지요.
매일매일 고소한 인생이 쏟아져 나오니
그 속은 얼마나 고소할까요.
그래서 그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속은 텅비어 있었고, 어둠만 시커멓게 고여있었습니다.
하긴 뻥튀기 기계가 우리에게 선물로 주는 고소한 인생은
절묘한 타이밍에 그 비밀이 있습니다.
적당히 익혀서 적당한 때에 세상으로 내보내는 바로 그 타이밍 말이예요.
아마 계속 속에 담아두려 했다면
고소한 인생은 새카맣게 그을린 인생으로 바뀌었을 겁니다.
제 속의 것이 새카많게 타버리면
그건 아무리 제 속에 담고 있어도 쓰디쓴 실패한 인생이 됩니다.
들들 볶고 볶이는 인생이 너무 지겨워
지나치게 일찍 세상으로 뱉아버리면 그것 역시 설익은 실패한 인생이 됩니다.
뻥튀기 기계는 그런 실패한 인생을 만들지 않습니다.
항상 고소한 인생을 만들어내지요.
그러고 보니 적당히 익혀 적당한 때에 속을 비우고,
그때마다 잠깐씩 뻥튀기 기계의 속에서 엿보이는 그 텅빈 어둠이
바로 고소한 인생의 비밀이었나 봅니다.
사진만 찍지 말고 강냉이도 한봉지 사먹으라는 채근에
뻥튀기 기계가 방금 세상에 내놓은 따끈한 강냉이 한봉지 사먹었습니다.
고소했습니다.
오늘도 뻥튀기 기계는
뻥치지 않았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월 16일 양수리에서

4 thoughts on “뻥튀기 기계

  1. ^^*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적에 저 기계를 돌리곤 했던 기억…
    마치고 찬 바람을 쐬며 집으로 오던 기억…
    형들이랑 뻥튀기 기계 돌리던 기억…

    나무를 때던 방식에서…
    석유를 때던 방식으로의 변화…

    뻥튀기가 줄어들던 것들이 기억납니다…

    뻥튀기하는 집 아들이었지만,
    뻥튀기는 제가 참 좋아했던 기억도 납니다…

    1. 펑 터뜨리는 장면도 찍으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어찌나 쑥스러워 하시는지 그냥
      기게 사진만 선명하게 남았어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 고소한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듯해요.^^
    어렸을때 엄마가 뻥튀기 튀겨주신다고 강냉이나 쌀을 챙기시면 진짜 신났었는데.
    이렇게 겨울 방학때면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만화책을 보면서 쉬지 않고 손이 가곤했던 뻥튀기.^^

    1. 저도 오래간만에 봤어요.
      사먹기도 오래간만에 사먹고…
      김이 하얗게 나오는 펑하는 장면을 찍었어야 하는데
      마침 그때 사람이 그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놓쳤지 뭐예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