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장미의 세상

흰장미는 희다. 그러나 장미의 흰색은 흰색 속에 장미를 가두지 않는다. 흰장미의 흰색은 장미의 이름과 결합하여 다양한 세상으로 열린다. 그 이름이 요한 스트라우스나 차이코프스키, 혹은 엘비스로 불리면 흰색은 그들의 음악이 된다. 물론 순탄하게 흰색이 그들의 음악과 결합하는 것은 아니다. 엘비스의 경우에는 조금 걸끄럽다. 이름이 화이트 심포니가 되면 교향악이 하얗게 울린다. 우리는 음악을 색으로 경험하게 된다.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그 이름이 로열 프린세스나 캐롤라인 드 모나코,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가 되어 왕족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티네케가 되면 네덜란드에서 아주 흔한 이름의 여성이 된다. 확인하지만 못했지만 알바 메이딜란드나 파스칼리도 사람 이름으로 짐작이 된다. 아주 일반적인 여성을 가리킬 때도 있다. 레이시 레이디라고 하면 보기만 해도 짜릿한 매력을 가진 여자가 된다. 사람이 아니라 요정을 만날 때도 있다. 크리스탈 훼어리가 우리 앞에 하얀 요정을 보여주는 장미이다.
흰색이 얼음의 세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장미의 이름이 아이스버그일 때는 빙산이 되고, 아이스윙일 때는 얼음 날개가 된다. 흰색은 눈과는 더욱 관계가 밀접하다. 긴세카이라고 하면 눈내린 날의 은빛 세계가 열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눈내린 크리스마스가 한여름에 펼쳐진다. 그리고 마운트 샤스타를 만나면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샤스타산의 산봉우리를 볼 수 있다.
독특한 경우도 있다. 아스피린 로즈라는 이름은 우리로 하여금 하얀 알약을 떠올리게 하다. 당연히 꽃의 크기는 작아진다. 진주 조개를 우리 앞에 내민 꽃이 될 때도 있다. 그때의 이름은 신주가이이다. 흰색은 우리에게 회상의 순간과 평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메모이레와 트랜스퀼리티란 이름의 장미일 때가 그런 경우이다. 흰색이 감탄을 가져올 때도 있다. 그때 우리는 감탄을 장미의 이름으로 삼는다. 패뷸러스란 이름이 그렇게 탄생한다.
그렇게 흰장미는 꽃의 하나가 아니라 하얀 마법일 때가 많다. 화이트 매직이 그렇다고 한다. 모두 하얀 색을 가졌지만 그 색은 장미의 세상에서 수없이 많은 다른 세상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