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가서 살고 싶다.
음, 아마도 한달을 주기로 행복과 불안이 교차되겠지.
왜냐하면 달은 어둠이 집어삼켰다 내놓았다 하니까.
보름 때는 온갖 곳을 뛰어다니며
달나라를 다가지는 신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차고 난 다음엔 이지러지는게 달이니까
아마 보름을 넘기고 나면 조금씩 조금씩 불안해질 걸.
그리고 결국은 발디딜 곳까지 지워지면서
나도 어둠 속으로 지워져 버리고 말거야.
그러나 보이진 않지만 어둠 속을 둥둥 떠다니지 않겠어.
지나는 우주선에서 보면 깜빡이는 눈알만 보일지도 몰라.
그렇게 눈알만 깜빡이며 어둠 속에서 지내다 보면
초승 무렵엔 가늘게 달의 한쪽 윤곽이 활처럼 하늘에 걸릴테고
그럼 그리 멀리 표류하지만 않는다면
몇번 팔과 다리를 놀리는 것으로 그 가까이 갈 수 있을 거야.
한동안은 달에 옹색하게 걸터앉아 살아야 겠지.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큼 더 행복해 질 수 있겠지.
달이 달로 충만해지면, 아마 나도 달빛만으로도 내가 가득차는 느낌일 거야.
그리고는 또 보름을 넘긴 뒤엔 불안이 찾아오겠지.
그렇게 주기적으로 행복과 불행을 오가며
때로는 존재를 까많게 지우고 눈만 깜빡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달에 가서 살고 싶다.
간혹가다 걸음을 서둘러
낮달로 세상에 나오면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푸른 하늘도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곳,
지상의 중력을 뿌리치며 여섯 배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어,
아무 것도 날 붙잡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
바로 그 달에 가서 살고 싶다.
4 thoughts on “달에 가서 살고 싶다”
토끼 되어 방아 찍으시면서요? ^ ^
배고파서… 일단 그건 잡아먹고…
아하핫-_-;;
한창 인기 있던 엽기토끼 마시마로 생각나요.
앗, 더 좋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바꾸기로 했어요.
그냥 살려놓고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로 나가는 거예요.
내가 달나라 가서 살 때 옥상에 올라가 달 보면서 입벌리고 누워있어봐요.
떡 한번 던져 볼테니.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린다던 속담은 그때부터 깨끗이 버려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