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11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한해 내내 그냥 두 그루의 나무였지만
11월 한달은 이렇게 둘이 적당한 거리로 마주서면
11월의 나무가 됩니다.
사람들도 둘이 적당한 거리로 마주서면
11월의 사람들이 될지 모릅니다.
혼자 서 있는 나무들이라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조금만 기다리면 됩니다.
1월이 오면 그 달은 혼자 서 있는 나무들의 달입니다.
그러나 그 1월 중에서도 1월 1일은
이 두 나무에게 또 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11월은 한달이 모두 이 두 나무의 달이며,
1월 1일도 이 두 나무의 하루입니다.
때로 둘이 마주서면 11월 한달이 그들의 것이 되고,
또 1월 1일도 그들의 것이 됩니다.
둘은 달과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10 thoughts on “11월 나무

  1. 오후에 도서관 다녀오는길이 너무 추워서 놀랐어요.
    바람은 어찌나 거센지 낙엽이 마구 떨어지구요.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걷는 기분이란.^^
    속으로 ‘와~~나 영화속 주인공 같은데?’했답니다.ㅋㅋ
     
    저 나무는 한그루가 저런 모습인거겠죠?
    분명 뿌리는 하나일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1. 저도 그것까지는…
      올림픽공원 갈 때마다 보는데 멀리서 사진만 찍었어요.
      사진으로 봐선 두 그루 같아요.
      확실하게 사이에 틈이 있거든요.

  2. 이제사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났네요.
    나무는 입이 없어 떠들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랬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올림-

  3. 오늘 아침에는 ’11월이다’하면서 시작했는데…
    멋진 사진으로 11월의 시작이 더욱 특별한 날이 되네요.
    저 옆에 전봇대라도 하나 세우면 완전 11월 1일인데요…^^

    1. 전봇대 말고 daim님이 옆에 서서 한장 찍으세요.
      11월은 나무들 몫, 1일은 daim님 몫으로 하면 더 재미날 것 같아요.
      아님 두 자제분 데리고 가서 찍은 뒤 11월 11일날 써먹으셔도 될 거 같아요.
      갑자기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솟네요.

  4. 솔로에게 제일 두려운 11 – 11
    빼빼로 나무이기도 하구요. ㅎ
    그렇게 부르짖던 시월의 마지막 밤이 홀라당
    11월의 첫 새벽으로 넘어가버렸어요.
    11월에도 행복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