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과 구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0월 11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9층 하늘공원 전망대에서


구름은 너무 멀리 있어요.
9층까지 올라가도 전혀 손끝에 걸리질 않죠.
사실 9층이나 그냥 1층의 땅위나 다 거기서 거기예요.
9층이라고 해도 그냥 발을 약간 세운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9층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져요.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보면 여전히 구름이 아득하지만
바깥에서 유리창을 올려다보면
어느새 구름이 유리창으로 내려와 그 품에 안겨있죠.
그건 그냥 구름이 유리창에 비친 것 아니냐구요?
글쎄요, 근데 그게 난 마치 마음에 담아둔 구름처럼 보여요.
세상의 누가 구름을 가질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때로 푸른 하늘과 구름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해요.
난 그게 바로 그 순간 우리들이 푸른 하늘과 구름을
우리의 마음에 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냥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고도 시큰둥 하거든요.
그냥 유리창에 하늘이 비치고 있을 뿐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니 우리가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마도 그 구름과 하늘을 마음에 담았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생각해보면 우리 마음엔 못담을 게 없어요.
바다도, 산도, 또 때로는 어떤 사람도 담을 수 있죠.
어느 날 영화보러 들어간 한 건물 9층의 유리창에
하늘과 구름이 가득 담겨있었어요.
우린 체구는 작고 왜소하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더 큰 마음의 유리창을 갖고 있는지도 몰라요.
날 맑은 날, 하늘이 좋고, 또 구름이 좋다면
그 마음에 한가득 담아두세요.
사는 건 힘들지만 얼마간 또 견딜 수 있을 거예요.
잿빛 도시에서 건물들이 견디고 있는 것도
가끔씩 유리창에 담아두는 하늘과 구름 덕택인지도 몰라요.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0월 11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9층 하늘공원 전망대에서

4 thoughts on “유리창과 구름

  1. 하늘을 담을 수도,
    사람을 담을 수도,
    가끔을 세상을 담을 수도 있는 걸 보면 우리 마음의 유리창은 정말 큰가봐요.
    테크노마트 빌딩은 갖다 댈 수도 없는 크기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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