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산으로 들어가는 경기도 양평의 석산리 입구,
개울을 건너 사람들을 마을로 데려다주는 다리가 있습니다.
개울을 따라 홍천 방향으로 흘러가던 길이
곁가지를 내며 방향을 직각으로 꺾어 개울을 건널 때,
그 다리가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아줍니다.
반대편에서 온 사람들에겐 마을을 빠져나가는 다리입니다.
그 다리 위에 서 봅니다.
먼저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하늘에 구름이 떠 갑니다.
이런저런 전선들이 눈을 어지럽히며
푸른 하늘을 뚝뚝 잘라놓았습니다.
눈에 작은 티끌들이 날아든 느낌입니다.
전선에 걸린 시선을 내려
다리 아래로 옮겨다 놓습니다.
다리 아래쪽에선
소리산 자락을 따라 돌아나온 개울물이 흘러갑니다.
굵은 전선도 그림자를 아래로 내려
물속으로 슬쩍 들이밀고 있습니다.
하늘을 자르더니 자르는 것에 재미 붙였는지
물도 한번 잘라보려 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물결이 그 그림자, 슥슥 지워버립니다.
물결의 지우개를 피해 전선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몸살을 앓습니다.
하늘은 잘랐지만 물은 전혀 자르질 못하고 혼만 납니다.
전선줄 그림자는 이제 날이 흐려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때면 아마 그림자를 슬쩍 거두어 어디론가 줄행랑을 놓을 겁니다.
그러다 햇볕나면 또 그림자를 슬쩍 들이밀어 볼께 분명합니다.
전선줄 그림자는 매번 그렇게 혼이 나고도 정신을 못차립니다.
4 thoughts on “물결과 전선줄”
전선줄이 물한테 작업중입니다. 원래 그렇게 시작하는 거랍니다. 도회지 전선줄이 아니라서 까지지는 않았네요.
그럼 지금 물이 짜릿짜릿하려나요.
전선을 위해 그 물의 흐름을 막아주고 싶소~~~~~
그건 불가능할 거예요.
바로 앞이 보라서 바람과 상관없이 항상 물결이 있는 곳이었거든요.
수아님 견해는 날카로운 면이 있어요.
현대문명과 함께 살면서 현대문명을 싫어한다는게 좀 모순이긴 하지요.
곰곰해 생각해 봐야 겠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