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만날 때마다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바람이 그녀의 담배끝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담배끝에선 바람이 부추긴 불빛이
잠깐 선홍색으로 번지며 붉게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불은 바람을 붉게 물들이지 않는다.
바람 또한 불에게 제 투명을 고집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과 몸을 뒤섞으면
바람은 제 투명을 버리고
불은 제 뜨거움을 버린다.
그녀가 후우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그녀의 폐속을 까맣게 태우고 나왔으면서도
다시 세상으로 돌아나온 담배 연기는
하얗게 탈색된 표정을 짓는다.
뜨거움도, 투명도 그녀의 것은 아니나
하얀 담배 연기는 그녀의 것이다.
만날 때마다 그녀가 담배를 피우고,
그녀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바람과 불이 투명을 버리고, 뜨거움을 버리고,
가볍고 하얗게 몸을 뒤섞는다.
4 thoughts on “담배 연기”
내일은 10월 10일.
쌍십절이라 다시 한 번 금연 결심을 하는 날입니다.
올 해 열 번째 결심입니다. ㅜㅜ
부디 이번에는 그 결심이 길고 오래 가시길…
담배가 무조건 나쁜것만은 아니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글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끊지 말아야지…-.-;
글구…
아키님 얼굴 잊어버릴뻔했는데…감사…ㅋㅋ
어허, 아니되오.
빨랑 끊어야 되오.
원래 아름다움은 위험한 것을 더 탐닉하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