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의 새재고개와 예봉산 자락에서 꽃들과 놀다

4월 5일 일요일, 오전에 일찌감치 이 달치 일이 끝났다.
추울 때나 더울 때는 그다지 산에 가질 않는다.
추울 때는 카메라를 잡은 손이 시려서
셔터를 제대로 누를 수가 없다는 것이 그 핑계이다.
카메라 렌즈 바꾸기도 무척 귀찮다.
그냥 산에만 오르면 겨울도 산을 찾기에 좋은 계절이지만
나는 사진찍기에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겨울엔 산에 가는 것이 어쩌다이다.
여름엔 사진을 찍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짐이 좀 무겁다는 것이 흠이다.
물통을 꼭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흘러내리는 땀이 눈을 파고 들어
카메라의 초점을 잡기가 힘들다는 것도 또 하나의 핑계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겨울산과 여름산을 멀리하다 보니
산은 항상 봄가을에 가장 많이 찾는다.
그래서 꽃들도 봄꽃하고 가장 친숙하다.
일이 끝나자 마자 카메라를 챙기고 덕소로 갔다.
새재고개 넘어 예봉산 쪽으로 가다가
작은 샛길을 따라 운길산역쪽으로 내려가며
봄꽃들과 만나 놀다가 왔다.

Photo by Kim Dong Won

봄까치꽃.
꽃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다.
바로 개불알풀.
이런 예쁘고 깜찍한 꽃에 어떻게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지만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이제 그 이름이 어울리기 시작한다.
꽃이 피어있을 때는 봄까치꽃이라 불러주고,
열매가 열리면 그때부터 개불알풀이라 놀려먹으면 되겠다.
얼레리꼴레리, 여잔준 알았는데 남자였대요.

Photo by Kim Dong Won

목련.
나는 목련 아래를 지나치며 노래 불렀다.
하얀 목련이 피~인~다… 라고.
알았어.
딱 거기까지.
난 딱 거기까지만 불렀다.
난 노래는 한 소절 이상을 부르면 큰 탈이 난다.

Photo by Kim Dong Won

매화.
참 맑고 깨끗하다.
비슷하긴 해도 벚꽃은 이 정도로 깨끗한 느낌은 안난다.
벚꽃은 맑고 깨끗하기 보다 화려한 느낌이 강하다.

Photo by Kim Dong Won

개나리.
개나리가 봄을 노랗게 칠해가고 있다.
봄엔 노란 색의 꽃들이 많다.
노란색은 역시 개나리가 대표 주자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제비꽃.
꽃을 여러 개 피워 제비꽃 섬을 이루었다.
제비꽃 섬의 주변으로 봄의 훈풍이 찰랑거렸다.

Photo by Kim Dong Won

남산제비꽃.
남산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남산제비꽃이 반문한다.
-그럼 넌 영월 사람인데 여긴 어떻게 왔냐?
으이구, 내가 잘못했다.

Photo by Kim Dong Won

개별꽃.
꽃술 끝의 진한 색깔 때문에
마치 꽃잎에 점을 찍어 놓은 듯 보인다.
이쁘기는 별꽃보다 더 예쁘다.
하긴 얼굴의 점이 더 큰 매력이 되는 여자들이 있긴 있더라.
마돈나도 그렇구.
별꽃이 예뻐지려고 얼굴에 점찍다가 개별꽃이 된건가, 그럼.

Photo by Kim Dong Won

산괴불주머니.
생긴 것은 현호색과 비슷한데 색이 노랗다.
크기도 현호색보다는 많이 크다.
사전을 찾아보니 괴불주머니는 어린이용 노리개였다고 한다.
한번도 본 적은 없다.
꽃의 모양으로 그게 이 꽃처럼 생겼으려니 짐작해본다.

Photo by Kim Dong Won

얘, 넌 뭐니?
아무리 봐도 봄맞으러 나온 것 같지는 않는데.

-응, 나는 가을을 추억중이야.
모두가 오는 봄에만 마음을 주면
이제 걸음을 돌리는 겨울이나 가을이 너무 서운하지 않겠어?
나 하나라도 지난 겨울과 가을을 추억해 주어야지.
그래서 나는 지금 겨울과 가을을 추억하고 있는 중이야.

Photo by Kim Dong Won

생강나무.
아마도 이른 봄에 산에 가서
가장 많이 만나는 것 중의 하나
생강나무가 아닐까 싶다.
생강나무는 가지를 뻗고 꽃을 피워 그림을 그린다.
삶 자체가 그림이 되는 것이 자연이기도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
아직 진달래는 활짝 피지는 않았다.
그러나 꽃은 띄엄띄엄 꽃을 피워도
꽃이 미치는 자장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꽃은 피어있는 그 자리를 넘어
지나는 사람들을 꽃으로 일으킨 분홍빛 봄으로 물들인다.
그래서 그저 한송이만 보아도 가슴이 뛰고 설레인다.

Photo by Kim Dong Won

산수국.
물론 지난 해의 꽃이 남긴 흔적이다.
7~8월에 피는 꽃이라
여름에 산을 자주 찾지 않는 나로선
항상 이렇게 지난 해의 흔적만 만나곤 한다.
벌써 몇년째 산수국은 그 흔적만 보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노루귀.
한적한 길옆에 마치 별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한눈에 내 시선을 끌어간다.
이제는 막 꽃이 지기 시작하는 때인 듯하다.
꽃은 이르거나 늦게 그 앞을 스칠 때가 많다.
일러도 아쉽고, 늦어도 아쉽다.
다행히 올해는 활짝 피었을 때 노루귀의 앞을 지났다.

Photo by Kim Dong Won

노루귀.
색깔이 두 종류였다.
하나는 보라색, 또 다른 하나는 흰색.
두 색이 모두 고왔다.

Photo by Kim Dong Won

앉은부채.
매일 우리 손에 쥐어살며 더위를 쫓는데 땀을 쏟았던 부채가
땅으로 내려앉아 초록빛으로 부채를 펴셨다.
모양은 배추 비슷하지만 독이 있다고 한다.
잎 사이를 벌려보면 꽃이 보이는데
아직 꽃이 나올 시기는 아닌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현호색.
현호색의 꽃 두 개는 앞으로 노래부르고
다른 하나는 삐졌는지 옆을 보고 노래부른다.

Photo by Kim Dong Won

잔털제비꽃.
우리의 눈은 대체로 꽃에게만 시선을 준다.
하지만 꽃이 똑같아도 잎을 다르게 가지며,
그 잎에 따라 이름을 달리 챙길 때가 있다.
꽃만으로 이름을 챙겼다가는 엉뚱한 이름으로 꽃을 부를 수도 있다.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내게로 와서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이름 불렀다고 삐칠 수도 있다.
나도 종종 꽃의 이름을 잘못 부르곤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괭이눈.
야야, 고양이 눈 찔린다.
밤송이좀 저리 멀리감치 치워라.

Photo by Kim Dong Won

양지꽃.
양지꽃이 목에 힘주고 자랑한다.

-내가 말야 사실은 저 하늘의 북두칠성인데
낮에 잠시 땅으로 내려와 여기서 쉬고 있는 거야.

근데 세어보니 끝쪽에 작은 꽃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북두칠성인데 왜 꽃이 여덟 개야?

-알았어, 알았어.
쪼잔하게 그런 걸 세고 앉았냐.
그래 내가 양보한다.
난 사실 북두칠성이 아니고 북두팔성이야.

15 thoughts on “덕소의 새재고개와 예봉산 자락에서 꽃들과 놀다

    1. 꽃이나 나무 친구들과 놀 때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이 날도 상당히 많이 걸었는지 나중에는 종아리가 좀 아프더군요.
      무수한 진달래와 놀 날도 며칠 안남았군요.

  1. 봄에 피는 야생화 다 집합해놓으신거 같네요.
    덕분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꽃들까지 생생하게 구경하고 가요.
    오늘 작은 야생화 많이 보고 왔는데 제절로 난게 아니라
    심어놓은거다 싶으니 찍고 싶지 않드라고요.
    저두 보물찾듯 봄야생화 찾으러 나서야지요~

    1. 저도 식물원에서 찍는 야생화는 내키질 않더라구요.
      그래도 거기서 얼굴을 익히는지라 항상 찍어와서 그걸로 공부를 하고 그래요.
      일단 진달래 보러 가야지요. 진달래의 바다로.

    1. 보냈어요.
      스팸으로 분리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없으면 스팸함도 살펴보세요.
      링크는 그냥 외부 링크 거는 것을 이용하시면 되요.
      유튜브에 올리면 링크 코드가 각 동영상 옆에 나와요.
      용량이 넉넉해서 아주 편리하답니다.
      다 한글로 나오니까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

  2. 이맘때쯤 꽃들은 낙엽들 사이에 피어있어서 그런지
    색들이 동동 떠보이는게 더 고와보이는 것 같아요.
    좀 안쓰러워보이기도 하구요..
    마치 식물도감을 접하듯 잘 보고 갑니다.^^

    1. 말씀대로 색깔대비가 확실해서 꽃이 더 돋보이는 느낌이예요.
      아마 푸른 새순도 돋보이는게 아직은 뒷배경이 갈색이라 그런 듯 싶어요.

      그녀가 바로 그 말을 했어요. 요즘은 무슨 식물도감 찍으러 다니냐.

  3. 저는 전부터 현호색이 이름을 쫌 어렵지만 맘에 들어요.^^

    글고, 걸어다니는 네이버 신지식님!
    용량 큰 동영상 올리는 거 어떻게 한다고 하셨지요?^^

    1. 현호색은 입큰 푸른꽃으로 하면 좋겠어요. ㅋ

      아, 푸른 꽃은 안되겠다.
      보라색도 있는 것 같았거든요.

      아무튼 입을 크게 벌려 노래부르는 것 같아서 그쪽으로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유튜브에 가입해서 올리시구요 외부 링크로 연결하면 되요.
      유튜브는 1기가까지 올릴 수 있거든요.
      만약 가입이 번거롭다면 Gmail을 하나 쓰시던가요.
      비밀글로 이멜주소 남겨주시면 Gmail 초대권 바로 발송해 드립니다. Gmail 사용자가 되시면 유튜브는 자동 가입이 되요.
      유튜브는 고화질로도 올릴 수 있는 거 같아요.

  4. 분명 명달리에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어서 통방산에서 노루귀 찾아볼려고 애썼는데, 안 보이더라구요. 들꽃기행 나온듯해요. 진달래, 개나리만 알다가 처음으로 들꽃들과 눈을 맞춘것이 축령산에서였거든요. 할미꽃도 실물로는 10년전쯤 처음 본 컨츄리 치고는 거의 꽃치였다는…

    1. 야생화는 사람들이 다니는 주된 등산로에선 거의 만날 수가 없고 희미하게 나 있는 샛길 등산로를 이용해야 하는 거 같아요. 저도 시골 출신인데 사실 꽃은 잘 몰라요. 새도 잘 모르구요. 그냥 사진찍어온 뒤에 인터넷으로 나중에 이름을 챙기고 있어요. 제 고향에선 진달래도 그렇게 많이 보진 못했어요. 그래도 시골서 꽃과 함께 자란 것과(특히 길가에 우리가 심어서 키운 코스모스는 매해 같이 했었지요) 콘크리트 숲에서 자란 것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자연에 반응하는 감성이 다르다고나 할까. 서울은 문자와 같은 문명에 눈뜨는데는 아주 쉽고 살기 편한 곳인데(온통 글자로 된 간판들이 늘어서 있어 아이가 그거 물어보면서 한글을 절로 깨치더라구요) 그 때문인지 자연을 읽는데는 많이 부족한 느낌이예요. 다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는 듯 싶어요.

  5. 봄꽃들과 재미나게 놀다 오셨네요.
    봄꽃들은 모두 저리도 작고 앙증맞게 피어는 것은 아마도 가까이 다가오라고, 그래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며 놀자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수줍음이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아구,,, 얼마나 이쁜지요…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저도 봄꽃들과 놀고 있네요.

    1. 대부분 지난 해 남한산성에서 본 꽃들이었는데
      남산제비꽃과 노루귀는 여기서 처음 본 거 같아요.
      북쪽으로도 산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추울 때 피는 꽃들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 좋은데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 흠이예요.
      물론 예전에 비해선 아주 편해졌지만요.
      위층을 정리 중이라 어수선한데 그것만 정리되면
      또 부지런히 사진찍으러 다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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