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차려준 그녀가
커피 한잔을 들고 마당으로 나가며
내게 말한다.
–먹고 그냥 그대로 둬.
커피 한잔하고 내가 치울께.
그녀의 말뜻을, 나는 안다.
그녀는 마감을 해 시간이 한가하지만
나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일은 주말까지 갈 것 같다.
그녀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내가 설거지 했다.
생각해보니 주로 그녀가 바쁘게 일할 때만
내가 설거지를 했다.
그녀의 일을 위한 설거지였던 셈이다.
오늘은 그냥
그녀가 마시는 여유로운 한잔의 커피를 위해
설거지를 하고 싶었다.
바쁜 그녀의 일을 위해 설거지를 했을 때는
설거지를 하고 나서 여전히 그릇들이 물에 젖어 있는데도
그 느낌은 건조했는데
한잔의 커피를 위해 설거지를 하고 나자
그릇들이 모두 거피향이라도 풍길 듯한 태세였다.
그녀의 일을 위해 설거지를 하면
그릇도 우리의 일처럼 바쁘고 힘든 눈치를 보이고,
그녀가 마시는 한잔의 커피를 위해 설거지를 하면
그릇도 커피향을 풍기게 되는 것인가.
난생처음 그녀의 커피를 위해 설거지를 한 날,
그녀의 커피잔이 마당의 탁자 위에서
여유있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탁자 위를 굴러다니는 햇볕도 아주 좋은 날이었다.
떨어진 장미 꽃잎이 그 볕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15 thoughts on “한잔의 커피를 위한 설거지”
나는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채로 커피와 빵한조각 담긴 쟁반을 받아보는게 소원이야…그랬더니 난 불가능하니까 아들한테 부탁해봐…가 대답이었답니다.
참내원. 불가능하다는걸 워쩝니까? 밖이 어두워지네요.
외출했다 지금 막 들어왔는데 커피물 올려놓고 잊었네요.
저도 커피 마셔야겠어요.
후후, 그 정도 자신감이면 사랑해줄 수 있지요.
그녀는 어머니가 며칠 놀러가니까 꼭 해보고 싶었다며 해본 일이 설겆이 쌓아놓고 하루 종일을 그대로 보내는 것이었요. ㅋㅋ
오, 나태의 게으름, 그 저항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
흐억! 혼자 사시겠다고 수 많은 남편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내모시는 거요?
휴일 아침 착하게 신문 보고 계신 남편에게 시비 꺼리 찾고 싶게 만드는,
말하자면 염장 백만 볼트 짜리 포스팅이세요.
짚풀님 납시셔서 한 마디 쎄게 하시겠는데요.ㅋㅋㅋ
제가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거든요.
아, 원조는 제가 아니예요.
황동규라고 그 사람이 원조랍니다.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라고 아주 확실한 증거도 남겨놓았죠. ㅋㅋ
암튼 오래 살고 볼일 입니다.^^
제가 눈치는 빨라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는 금방 파악을 합니다.
짚풀님이 약하게 납시셨네용 ^^
바쁜중에 기꺼이 설겆이 하신이가 더 행복해 보이시는군요.
이제 그 길에 입문하신건가요?
‘오~ 변해가네 변해가네’ 하는 노래가 있죠.
오, 아직 제 정체에 후한 점수를 주시는 군요.
그게 난생처음이었고, 또 생애 마지막이기도 했지요.
자꾸하면 습관이 되버리거든요.
습관의 때가 묻어 느낌이 묻히게 내버려둘리가 없지요, 영악한 제가.
벌써 제가 그녀에게 말했는 걸요. 이제부터는 바쁠 때도 너가 설겆이 해, 응, 하고.. ㅋㅋ
마눌님이 납셔서 ” 형~ 고마워 이따봥~”해야 쎄게 나가는데
아직도 안들어오시니
마눌님은 지금 밀린 설겆이에 빨래 청소중? 히히
고마워가 아니라
아니, 놔두라는데 왜 설겆이를 하고 그러냐.
무슨 청개구리냐.
이랬습니다요.
저는 제 글에 취해서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안쓰지요. ㅋㅋ
증말 맘에 드는 마눌님..청개구리냐? 청개구리?눈물 날만큼 웃기고 통~쾌해요.
어디 그 뿐인줄 아세요.
아침 차려줘서 고마워라고 했더니
그럼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요렇게 나오십디다.
블로그 포스팅 거리를 제공해줘서 그냥 꾹 참고 넘기고 있습니다.
으흐흐..우짜면 좋아 그 아줌마..막 보고 싶어지구..있숌
아내의 커피 한 잔을 위한 설겆이, 탁자 위로 쏟아지는 6월의 햇살처럼 중년의 사랑은 바로 이런 빛깔이 아닐런지요…
저는 가끔 하는데 요즘 젊은 남자들은 매일 하면서 살더라구요. 젊은 사람들 사는게 보기 좋은 이유이기도 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