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와 강변에서 놀다

아이들은 종종 생각의 기발함을 보여주곤 한다.
우리의 생각이 가 닿지 못하는 곳을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가곤 한다.
현승이도 그런 아이의 하나이다.
말을 이렇게 하니까 그런 아이들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아이들이 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아이들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때문에 현승이와 보내는 시간은
그 생각의 기발함으로 내 감각을 온통 뒤흔드는 짜릿한 경험의 순간들이기도 하다.
8월 8일, 청평 아래쪽의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가일미술관에서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한 이회영씨의 음악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초대받아간 길에 잠시 현승이와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둘이 함께 강변으로 나갔다.
비가 한차례 훑고간 뒤끝의 강물은 혼탁했다.
사실 강변이란 게 물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놀 것이 별로 없다.
그래도 우리는 강변으로 나갔다.
강에선 수상 스키와 수상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지나가면 파도가 강변으로 밀려나왔고
우리는 그 물살에 발을 갖다 댔다 재빨리 피하면서 놀았다.
현승이는 다음에 오면 꼭 보트와 수상 보드를 타보겠다고 결심했다.
다음이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건 내가 빠져나갈 구멍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 다음에 오면 꼭 해보자.
난 그러면서 보트 타기를 슬쩍 우회하고 있었다.
뭘하고 싶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해주어야 하는 상대방에게 항상 우회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강변에서 작은 개구리 한마리를 보았다.
개구리를 구경시켜 주었더니 “돌로 한방 때려볼까” 한다.
아니, 왜 내 앞에만 서면 이렇게 터프해 지시나.
어떻게 말할까 재빨리 머리를 굴린 나는
“그러면 아프지 않을까” 했다.
현승이, 돌을 개구리 옆으로 슬쩍 던져 놓았다.
하는 짓이 귀엽다.
물에 젖은 돌멩이들 옆에 현승이가 내려놓듯 살짝 던진 돌멩이가
뽀송뽀송한 상태로 놓여있다.
개구리 녀석, 착한 아이는 역시 무시한다.
도망갈 생각을 않고 그대로 있더니 방향을 반대로 틀어
조금 큰 바위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Photo by Kim Dong Won

강가에서 놀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는 강에 돌을 던지면서 놀았다.
그게 무슨 놀이가 될까 싶지만
시인 오규원을 슬쩍 모셔오면
‘아이’가 “한 손으로 돌을 허공으로/던졌다 받”을 때마다
“날개를/몸속에 넣은 돌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내려앉는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현승이가 돌을 강으로 던질 때마다
“발을 몸속에 넣고/멈추어” 서 있던 강변의 돌이
날렵한 자세로 날아올라 한강 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난 그때마다 다이빙 심판이 되어 9점, 8점, 10점,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졸지에 한강변은 돌멩이들의 다이빙 대회장이 되었다.
강으로 던진 돌이 돌멩이의 다이빙이 되는 것이
돌멩이만 던지면 되는 듯 싶지만 절대로 그렇질 않다.
그 전환의 매개체가 되는 아이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의 경우, 아이가 돌멩이를 던질 때
오규원의 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이가 흔치 않다는 것.
오규원의 시에 시골 아이로 짐작되는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해 뵈질 않는다.
돌을 던지는 것이 돌을 던지는 일반적 행위를 떠나서
또다른 감각의 읽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아이는
아직 그 일반적 감각에 물들지 않은
흔치 않은 아이일지도 모른다.
강변에서 현승이가 돌멩이를 강을 향해 던질 때,
나는 오규원을 떠올리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현승이, 강가에 있는 밧줄을 잡아당겨 본다.
밪줄은 땅속에 묻혀 있었다.
내가 한마디 한다.
“현승아, 너무 세게 당기지는 마. 지구가 끌려온단 말야.”

Photo by Kim Dong Won

강가에 갔는데 어찌 물수제비 뜨기를 하지 않으리오.
근데 현승이가 돌을 던지는 폼이 좀 특이하다.
보통 언더핸드나 오버스로우로 던지는데
이건 오른팔을 몸의 왼쪽 어깨쪽으로 가져갔다가 풀어놓는 형태이다.
잠시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진다.
이 동작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놔라, 하면서 뿌리치는 동작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 현승이는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돌을 뿌리치고 있었다.
돌들은 앞으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옆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종종 나왔다.
난 알게 되었다.
던지면 그 방향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지만
뿌리치면 그 방향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누군가를 뿌리칠 때는 조심하시라.
인연은 뿌리치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Photo by Kim Dong Won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강가에서 참으로 여러가지를 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재빨리 도망치기, 돌멩이 다이빙 대회,
돌멩이 뿌리치기, 지구 당기기,
보트타기 다음에 기약하기로 일거에 해결하기,
개구리 약간 겁만 주기 등등.
시간만 좀 났다면 아마 그밖에도 우리의 할 일은 끝이 없었을 것이다.
강가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 하지만 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수히 많다.
중간에 물수제비 뜨기에 재미를 붙여 납짝한 돌을 찾던 현승이가
줄무늬가 나란히 들어간 작은 돌멩이를 하나 찾아냈다.
현승이가 신기해 했다.
내가 가져가서 엄마에게 주라고 했다.
돌에 파도 소리가 새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귀에 대보더니 정말 파도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나도 건네받아 귀에 대보았다.
정말 파도 소리가 들렸다.
하긴 강가이니 안들리는게 이상하다.
난 파도 소리가 새겨지는 걸 보니
돌에 소리를 새길 수 있나 보다고 했다.
“엄마 사랑해”라고 속삭여서 네 말을 새긴 뒤에
엄마에게 갖다주라고 했다.
그렇지만 현승이가 정작 궁금해 한 것은 그 돌의 속이었다.
나중에 미술관에서 보니 돌을 조각조각 깨서 내게 들고 왔다.
돌 속의 속삭임이 궁금했나.
그 속에 쌓여있던 어떤 속삭임을 들었을까.
어쨌거나 깨진 돌조각은 우산 끼우는 비닐에 담아 현승이에게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강에서 나오는 길에
철망으로 된 어느 집 담에 매달린 호박을 보았다.
호박의 가는 줄기가 여기저기로 뻗어있다.
나는 길고 가느다란 팔을 생각했다.
현승이는 그게 꼭 케이크의 폭죽을 터뜨리면 나오는 종이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돌돌 말린 것이 비슷하다.
요럴 때가 가장 신기하다.
어떻게 거기서 폭죽의 그 말린 종이를 떠올리는지.
그래서 내가 그럼 오늘이 누구 생일인가보다고 했다.
현승이 말하길, 호박이 오이 생일 축하해주고 있는게 아닐까.
순간 내 감각이 우르르 뒤흔들렸다.
호박들이 온통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리고 있었음에랴.
생각의 기발함이 내 감각을 뒤흔드는 짜릿한 순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돌아와서 개막 연주에 대비한 연습에 들어갔다.
누나 채윤이와 둘이 하는 협연이다.
무슨 재즈 모음곡이라고 했는데…
내가 음악에 대한 식견이 없다보니…
곡명은 잘 기억이 안나고 쇼스타코비치 곡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중간에 약간 삐끗하는 것 같았다.
연습 끝난 뒤에 내가 현승아, 너 중간에 약간 삐끗한거
그거 사람들 웃기려고 일부러 그런거지 했더니
녀석이, 아무 주저없이 끄덕끄덕 했다.
오호, 이거 이제 나의 응원을 아주 날로 먹으시는데.

Photo by Kim Dong Won

미술관 뒤쪽의 넓은 베란다로 나가 함께 놀았다.
한강이 보이고, 바로 아래쪽엔 호박이며, 참외, 봉숭아가 있었다.
봉숭아가 어디에 있냐고 해서 붉은 꽃이 가득한 바로 아래쪽의 꽃을 가리켜 주었다.
현승이가 손가락을 들어 봉숭아 물이 든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봉숭아 물이 곱게 든 손가락이었다.
엄마가 해주었냐고 했더니 유치원에서 들였다고 했다.
봉숭아가 어디에 있냐고 궁금해 하더니 이유가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미술관 주변에 갖가지 조형물들이 많다.
조형물 옆에서 흉내내기 하는 것도 큰 재미인지라
두 주먹을 불끈쥐고 가슴을 내민 조각 옆에서
한번 똑같이 해볼래 했더니 그건 싫단다.
그리고는 활쏘는 사람 옆에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뭘 잡으려고 이렇게 활을 겨누고 있는거지?
내가 활 시위가 향하는 앞산을 기웃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현승이가 대뜸한 말은 “청솔모”였다.
이렇게 큰 활로 그렇게 작은 다람쥐를 잡으려 한단 말야?
내가 의문을 표했더니 현승이는 “매”일지도 모른다고
좀더 덩치큰 새를 답으로 내놓는다.
“날으는 호랑이” “독수리” 등등의 몇가지가 더 등장한 뒤,
너도 한번 쏴볼래 했더니
이번에는 스스럼이 포즈를 취한다.
덕분에 활쏘는 현승이의 사진 한장 찍었다.
헤라클레스는 쏟아지는 불볕의 태양볕에 화가 나서
태양을 향해 활을 쏘았다고 하던데
활을 잡은 현승이는 앞산에서 무엇을 보며 활시위를 당겼을까.
묻지는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내가 짊어지고 다니는 카메라 가방에 관심을 보인다.
속을 열고 그 안에 든 렌즈를 보여주었다.
왜 이렇게 렌즈가 많냐고 한다.
“카메라 렌즈는 카메라의 눈이야.
우리 눈은 여기를 한눈에 다 보기도 하고
저기 있는 누나들만 보기도 하는데
카메라의 렌즈는 그렇질 못해.
그래서 여기를 다 보려면
여기를 다 볼 수 있는 눈알을 갈아끼워야 해.
우리는 눈알을 뺐다 끼웠다 할 수가 없는데
아저씨 카메라는 눈알을 뺐다 끼웠다 할 수가 있어.”
내가 렌즈를 광각으로 바꾸고
현승이를 가운데 세운 뒤 홀의 전체 사진을 한장 찍었다.
미리보기 화면을 켜고 보여주었더니
“와 정말 한눈에 다보인다”하고 신기해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이번에는 렌즈를 105mm로 바꾸고 한번 찍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렌즈가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고 앞뒤를 오간다.
내가 건네받아서
앞의 현승이 얼굴을 크게 앞으로 당긴 사진을 한장 찍은 뒤 보여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다시 카메라 건네주고 아저씨 눈에 초점을 맞춰봐 했다.
그렇게 하여 현승이가 찍어준 내 사진이다.
이 녀석아, 아저씨는 쉼없이 떠드는 입이 하이라이트인데
그걸 뚝 잘랐으니 어쩌란 말이야.
근질근질한 입을 녀석이 몽땅 막아버렸다.
말도 못하게.

Photo by Kim Dong Won

내 사진에 이어 누나 있는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더니
이 날 사회를 본 서재석 아저씨, 그리고 엄마까지 들러리로 세워 사진 한장을 찍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뒤쪽 베란다에서 무성한 수풀을 내려다 보던 현승이가 한마디 한다.
저기 수풀에 가보고 싶어.
왜?
저기에 보석이 숨겨져 있을 거 같어.
수풀을 보며 보석을 꿈꾸다니…
생각이 반짝반짝하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이 없던 내가
혹시 정말 저기에 보석이 있지 않을까 낚여들고 있었다.
요거 중독성있는데.

Photo by Kim Dong Won

내 카메라는 너무 무거워 한 손으로 들 수가 없었다.
결국 엄마 카메라로 서로 찍어주기 했다.
후후, 현승아, 카메라 렌즈로 아저씨가 너를 돼지코로 만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무대로 나가기 직전,
갑자기 나를 찾아온다.
내가 해준 말은 넌 잘할 거야라는 한마디.
그리고 사진 한장 찍어야지라는 또 한마디.
그리하여 연주 직전에 연주자가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밀어 주고 가는
난데없는 큰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이 날 사진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게 된 연유이다.

12 thoughts on “현승이와 강변에서 놀다

  1. 마지막 사진에서 포스 작열하시는 현승군.
    동방신기 멤버 같습니다.^^

    사진에 나온 저도 마음에 듭니다.

  2. 털보 아저씨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니 현승이 인물이 진짜 확 사네요.
    털보 아저씨의 눈으로 현승이를 바라보니 사랑할 구석이 더 많은 아이가 되었어요.
    감사 합니다.

    마지막 사진 표정이 낯선데 낯설면서도 현승이스럽단 생각이 들어요.

    실은 연주 전 저 사진을 찍을 때요…
    현승이가 막상 시작하려니까 떨리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가려진 털보아저씨를 이 틈 저 틈으로 계속 바라보더라구요.
    눈을 한 번 마주치고 싶은데 장애물이 워낙 많아서요.
    포기했다가 다시 찾고 포기했다가 다시 찾고 그러길래 한 번 갔다 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좋아라고 간 거지요.^^

    아, 그리고 돌이요!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연주에 대한 피드백은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더니 ‘엄마, 돌’ 하고 내밀었어요.
    이 녀석 연주가 너무 부담되니까 이 상황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가 했거든요.
    그 돌에 그런 엄청난 의미와 속삭임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러니 연습 내내 주머니에 있는 돌 생각만 했겠지요. 나중에 그 돌을 쪼개가지고 와서 제게 보여주면서 알 수 없는 환한 미소를 짓는데 것두 뜻을 몰랐어요.^^

    저도 남편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연주하는 현승이를 보며 놀랐는데 공연 앞 뒤로 자신만의 자유지대 털보아저씨와 놀았던 탓이지 싶어요. 현승이는 많이 부대끼는 곳 가면 꼭 문지처럼 그렇게 쓰윽 뒤로 빠져요. 그리고 혼자 엎드려 자신만의 놀이로 놀더라구요. 두려움이 많아서 사람을 깊이 사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현승이에게 털보아저씨를 만난 게 동화 속 같이 행복한 일일 것 같아요. 다시 감사드려요.

    1. 아이한테 카메라에 대해 설명해보긴 난생 처음이예요.
      그걸 정말 기억하는 것도 놀랍고…
      카메라 종류까지도 물어보던걸요.
      카메라가 내꺼랑 엄마꺼 같은 거랑 두 종류 뿐이냐고 해서
      제가 그거 말고도 또 레인지파인더라고 있다고 알려주었죠.
      다 가르쳐 주기는 그래서 일단 세 종류를 알려주었어요.
      사실 위에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지만 한참 이것저것 설명했었죠.
      카메라를 찍어보고 싶어하는 아이는 많은데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이는 처음이었어요.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에 대해 공부도 하게 되는데
      한번은 인도의 한 마을에서 똑딱이 카메라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일정 기간 동안 사진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마음대로 찍게 하고 나온 사진을 보며 자원봉사자들이 좋은 사진들을 골라
      왜 좋은지 얘기해 주는 거죠.
      나중에 그 사진들은 미국에서 전시회를 가졌어요.
      몇 아이는 미국으로 사진 공부하러 가는 유학 기회를 얻었죠.
      물론 현승이처럼 어린 아이들이었어요.
      그때 놀랍더라구요.
      아이들이 그냥 찍는게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갖고 찍고 있었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게 한 아저씨인가를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 아저씨가 아내를 잃었던 아저씬가 그랬는데
      아이가 그 생각을 하며 그 아저씨 사진을 찍어왔더라구요.
      삶의 슬픔을 찍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찌나 놀랍던지요.
      그날 현승이랑 사진찍는데 현승이가 호박 하나를 저와 같이 찍었어요.
      그 호박 찍을 때 현승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주 궁금했어요.
      저랑 같이 같은 호박을 찍었거든요.
      아마 그 카메라 속에 호박 사진이 하나 있을 거예요.
      봉숭아에 대한 의문은 풀렸는데 아직 호박은 제가 그 궁금증을 그대로 갖고 있어요.
      만약 사진보다가 그 호박 사진 나오면 한번 슬쩍 물어봐 주세요.
      위에서 내려다 보고 찍은 사진이라 호박이 아주 작게 나와 있을 거예요.
      아무 것도 아닌 듯 한데 반짝거리는 소중한 것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려주는 소중한 아이예요.

  3. 우와~ 현승이 사진 정말 맘에 든다.
    저 눈의 레이저는 아무에게나 나오는 것이 아니더만.

    털보아저씨는 자유지대야.
    그래서 애들이 맘껏 자기 뜻을 펼쳐볼 수 있는 것 같어.
    아무래도 현승이 땜에 늦둥이를 하나 낳던가 해야지 원~
    털보부인 갑자기 질투 무자게 나시네~ㅋㅋㅋ

    1. 아니, 나이들어 힘들게 무슨 그런 일을…
      그런 건 내가 바깥에 맡겨서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어. ㅋㅋ

      현승이하고는 안돼, 하지마, 이런 말하지 않고 함께 노는 법을 깨우쳐 가는 거 같어. 옛날에 우리 문지가 모험심이 상당히 많은데 아이들한테 부대끼는 측면이 있었거든. 밀치고 들이박고 이런 걸 못하니까 아이들이 북적대면 그때부터 뒤로 멀찌감치 물러서 있더라구. 그때 내가 문지 등을 밀지 않고 놀이터도 아이들 없는 한적한 곳만 찾아다녔거든. 그럼 거기서 신나게 놀더라. 일반 놀이터에선 앞을 가로막으면 아이들이 마구 밀고 난리가 나니까 할 수 있는 것도 못하더라구. 현승이도 아이들에게 부대끼는 게 아닌가 싶어. 사실은 아주 모험심이 강한데 말야.
      저번에 한강에 가서 정글 로프 올라갈 때, 내가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과 놀 때처럼 사실은 로프를 흔들었어. 그럼 아이들은 무지 좋아하거든. 근데 현승이는 어, 지금 뭐하는 거야 하더라구. 그래서, 어, 현승이는 아직 여기에 익숙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조용히 줄을 잡아주었지. 그랬더니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라구. 그리고 그 다음엔 슬슬 흔들어도 이제 즐기기 시작하더군. 현승이 보면 문지 생각이 많이 나. 맨날 아기차만 타던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바이킹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신기하구. 모험심은 모험쪽으로 등을 밀면 공포나 두려움이 되는 거 같어. 현승이는 관찰하고 있으면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야.

  4. 와우~
    제가 보기엔 말이죠 현승이보다 털보아저씨가 더 흥분하고 신이 나신듯 해요.
    그리고 또 그의 엄마가 더 신이 날거 같구요.
    이곳에 오니 현승이 인물이 살아나구요.
    이담에 현승이보고 아빠랑 사회자마누라랑 같이 한번 찍어달라 그럴까봐요.^^

    1. 제가 feel님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앞에 세울 아이도 한번 고민해 보시지요.
      이거 웬지 그날 카르멘에게 무릎꿇고 꽃을 바쳤으면
      큰 고난을 겪으셨을 듯한 예감이 팍팍 옵니다. ㅋㅋ

    2. 제가 보기에도 털보아저씨가 더 신났었지요.
      현승이 만나자마자 카메라 가방도 잊어버리고 다니시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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