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6 – 제주에서 김포로

사람들은 여행을 여행지에 묶어두려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제주로 여행을 떠나면 여행을 제주에 묶어 두려 한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는 순간,
집을 나서는 발걸음부터 이미 여행이 된다.
아니 짐을 싸고 있는 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일상의 반복된 걸음과는 분명히 다른 걸음이다.
여행은 여행지뿐만 아니라 출발하고 돌아올 때까지
모든 것을 여행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9월 6일 일요일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도 우리에겐 여행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제주에서

제주 공항으로 가고 있다.
일단 빌린 렌트카를 돌려주어야 한다.
시간이 남으면 제주 공항 근처의 용두암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어찌나 알뜰히 놀았는지 더이상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없었다.
아무 것도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갈 곳을 정하며 돌아다니다가
눈길이 잡아끄는 대로 걸음을 멈추며 놀아보는 것도 처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제주 공항에서

사회가 많이 개방되긴 했는가 보다.
예전에는 창을 막아놓아 비행기가 뜨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모두 볼 수 있고,
탑승구에 붙어 승객을 태우고 있는 비행기의 기장석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비행기는 큰데 기장석은 아주 비좁은 느낌이기도 하다.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는 아니었다.
비행기도 윈도 브러시가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제주 공항에서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와 같은 종류의 비행기가 날아오른다.
옆구리에 별의 동맹이란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이거 서울로 가는게 아니라 어디 별나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제주 공항에서

신선애, 편태범씨 부부.
태범씨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 덕분에 우리들이 술을 마시기만 하면
그때부터 운전을 도맡아 주었다.
그의 덕에 약간의 취기에 섞여 떠도는 제주가 더욱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제주 공항에서

떠나기 전에 이국적인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자고 했다.
새 카메라라 아직 기능이 익숙치를 않아 타이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다섯 명만 찍었다.
나중에 사진보며 플래시 터뜨릴 걸 하고 후회를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권영옥, 윤종명씨 부부.
영옥씨도 사진 취미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제주 여행이 제주 출사이기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이제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리 희미한 윤곽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한라산이 아닐까 싶다.
한라의 품에서 보낸 온하루의 시간은 앞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갈 때도 날개 위에 앉았는데
올 때도 날개 위이다.
저녁 태양이 날개 위에서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제주에 있는 동안에는
바다가 육지로 밀려들어 그 기쁨을 하얗게 속삭이곤 하더니
이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선
저녁 태양이 비행기 날개 위에서 하얀 아쉬움으로 반짝거린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하늘이 하늘반 구름반이다.
어디가 어딘지는 구분이 가질 않는다.
지상에 있을 때의 버릇이 남아있어
하늘을 날면서도 자꾸만 내려보는 곳을
저기는 어딜까, 저기는 또 어딜까 궁금해하며 구분하려 든다.
하늘은 그냥 오늘은 모든 곳을 하늘로 삼으라고 말한다.
그래도 궁금하다.
맑은 날은 저 멀리 아래쪽으로 정말 일렁이는 바다가 보일까.
바다 곁에서 놀다왔는데도 벌써 바다가 그리워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그녀, 태양을 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을 닫아걸고 눈을 붙친 비행기 속에서
우리는 태양볕을 불러들여 사진에 담기에 바빴다.

Photo by Cho Key Oak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그녀는 또 비행기 창으로 안을 엿보는 태양과 함께
그녀를 찍고 있는 나도 카메라에 담아주었다.
태양은 나의 손과 팔을 타고 내려가며 윤곽을 세워주고 있었다.
태양은 우리를 비춰줄 뿐만 아니라
마치 공항 검색대에서 검색이라도 하듯
우리의 몸을 훑어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공항 검색대처럼 동전 몇잎의 쇠붙이를 문제삼진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갈 때는 뭉게구름을 밟고 갔는데
올 때는 솜털구름이다.
뭉게구름의 위를 갈 때는 징검다리를 뛰어가듯 통통 거리는 느낌이었는데
솜털구름은 그 속으로 묻혀 눈감고 한잠 청하고 싶은 느낌이다.

Photo by Cho Key Oak
2009년 9월 6일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드디어 서울의 김포에 도착했다.
태양이 지고 있었다.
같은 태양인데
왜 제주의 협재해수욕장과 김포의 태양은 이리 다른지 모르겠다.
이제 한동안 서울의 태양과 함께 저녁을 보내야 하리라.
그러다 어느 날 또 제주에 갈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들이 2009년의 어느 사흘,
그곳에 흩뿌려놓고 왔던 추억들이 발아하여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하루를 모두 바친 한라산의 여정으로 인하여
이번 제주 여행은 아주 빡센 여행이 되었고,
그 후유증이 여행이 끝나고 사나흘 뒤까지 계속되었다.
장딴지와 종아리 깊숙히 새겨가지고 온 아주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제주 여행에 관한 또다른 글
제주 여행 1 – 김포에서 제주로
제주 여행 2 – 성판악 코스로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다
제주 여행 3 –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을 내려오다
제주 여행 4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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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제주 여행 6 – 제주에서 김포로

  1. 예전에 사내 동호회에서 한라산 갈 기회가 있었는데
    개인 사정상 가질 못했더랬습니다.
    여행 후기를 보면서 못 간 것이 후회가 막급입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한 여행이라서 더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덧. 7년 전 요맘 때는 금강산엘 갔었습니다.
    염장 후기에 대한 자동반사입니다. ㅋㅋㅋ

    1. 예전에 갔었던 영실 코스로 한라산을 다시 가보고 싶더군요.
      그쪽이 풍경은 더 좋거든요.
      대신 백록담은 포기해야 하지만요.
      년초에 한 열흘 정도는 영실로도 백록담에 올라가도록 해준다는 얘기도 들은 듯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전 금강산은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제대로 반사하셨어요.

  2. 비행기 안에서 멋진거 하나 건졌어야 하는데.. 쫌 아숩다.
    또 여행기를 마감하니 또 아쉽고.
    또 몇년 야금야금 모아서 재미난 여행 다녀옵시다~^^

    1. 열심히 일해서 렌즈 살 돈을 벌어야지.
      좋은 카메라를 사니 좋은 렌즈가 자꾸 욕심이 난다.
      산에 갈 때는 28-300이 최고이긴 하지만 14mm 대의 풀프레임 렌즈를 하나 장만해야 겠다.

  3. 10박11일 정도의 해외여행이 부럽지 않은 제주여행이시네요.
    웬만하면 부럽단 얘기도 나오는데 너무 좋아보여서 부럽다는 말도 안나오구요.ㅋ
    실은 한라산 등반기를 보고 있으니 저로선 언감생심 꿈도 못꿔 볼 여행이겠다 싶어요.
    다 읽고 김포에 뜬 태양을 보니 괜히 제가 다 아쉬워요. 괜히 공기가 탁해지면서 가슴이 답답한 것 같기도 하구요… 아, 이런 곳에서 또 어떻게 살지… 이런 생각도 들고…전 협재의 태양은 보지도 못했는데요.ㅋㅋㅋ

    1. 2박3일 다녀와선 딱 일주일을 제주 여행으로 울궈먹네요. ㅋㅋ
      전에 여행했을 때는 제주 사람들 얼굴이 좀 어두웠던 기억인데 이제는 좀 밝아져 있어서 그것도 좋았어요. 언제 또 오랴 싶어서 뽕을 빼고 논 듯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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