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의 중앙공원 밤풍경 – 9일간의 도쿄 여행 Day 1-5

낮이라면 다섯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니 열 시간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빛이 있으면 어디든 찍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밤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밤은 빛을 거두어 가면서 사진을 찍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낯선 동네에선 더더욱 찍을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밤의 주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일단 지리에 밝지를 못하다 보니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동네에 대한 안내 지도를 만났다.
그 안내 지도는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공원의 이름은 중앙공원이었다.
난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 놓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공원을 들어가자 무성한 나무가 반겨주었다.
내일 낮에 다시 와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히 조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조금 걷자 조명을 환하게 밝힌 운동장이 나타났다.
일본은 역시 야구의 나라인가 보다.
아이들이 배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개 우리 나라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노는데
일본에선 야구장을 만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이때가 저녁 7시 30분 경이었는데
이 공원에서 높게 철망을 두른 야구장만 불이 환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조금 더 가까이 가 보았다.
나와서 지켜보는 부모들도 있는 듯하다.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공원인데다가 주택가에서 멀어
조금 시끄럽게 운동을 해도 주변에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본에 있는 동안 주택가에서 이런 공원과 운동장을 자주 만났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아이 엄마일 것이다.
열심히 비디오로 찍고 있다.
아이들 곁에선 어딜가나 엄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한쪽 귀퉁이에선 어른들이 야구에 한창이다.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던지고 치기만을 했다.
친 다음에 달리진 않았다.
타격폼이 멋진 이 선수는 아주 매력적으로 생긴 여자였다.
와, 여자가 저렇게 야구를 잘하다니.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젊은 처자의 다음에 들어선 선수는 백발의 노장이었다.
역시 치기만 하고 달리진 않았다.
볼 때리는 소리가 잠깐씩 경쾌하게 운동장을 채우며 밤공기를 뒤흔들었다.
야구가 나이와 성을 달리하는 세대 사이에서
소통 구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한참 야구 구경을 하다가 공원의 입구쪽으로 나와서
놀이터에 마련된 그네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편한 그네는 생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보통 아이들용의 그네는 엉덩이가 좀 끼는 느낌인데
이건 좀 넉넉하여 혹시 어른용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찌나 잘 나가는지 약간 몸을 움직여도
휘익 휘익 바람을 가르며 날 즐겁게 태워주었다.
옆의 그네는 나대신 가로등 불빛을 태우고는
몸가짐을 조용히 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8일 도쿄 주조의 중앙공원에서

공원의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하나는 소변기의 그 엄청난 폭에 놀랐다.
대개의 소변기는 나보다 작은 크기로 다소곳하게 나를 맞기 마련인데
이건 마치 오줌만 누워봐라, 확 덮쳐서 혼내주겠어하고
나를 협박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덩치가 컸다.
내가 폭이 넓은 광폭 터널이나 광폭 타이어는 들어봤어도
광폭 소변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또 하나 나를 놀라게 한 일은 물내리는 버튼을 눌렀을 때 일어났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물이 폭포수같이 쏟아져내린 것이었다.
난 내가 엉뚱한 곳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잠시 헷갈리고 말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내가 이용한 화장실이 모두 이렇지는 않았다.
다른 곳은 모두 한국과 비슷했다.
오직 이곳만 그랬다.
어쨌거나 공원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아주 잘 보낸 것 같다.
야구 게임이라도 벌어졌다면 더 즐거운 기억을 남길 수 있었을 터인데
그저 연습 뿐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4 thoughts on “주조의 중앙공원 밤풍경 – 9일간의 도쿄 여행 Day 1-5

  1. 동네에 야구장이 저렇게 많다니…
    더구나 모두들 유니폼 입고 연습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
    야구인들이 보면 부러워할 모습일세.

    1. 걸어서 갈 수 있는 반경안에서 저런 야구장을 세 개는 본 거 같다.
      다 야간 조명을 갖추고 있더라.
      저기는 관람석이 없는데 한 곳은 관람석도 있었어.
      낮에는 한가한데 꼭 밤에 운동을 하는 듯.
      야구 환경만큼은 거의 천국에 가까워 보였어.

  2. 렌즈가 얼마나 밝고 크길래 타자가 때린 공을 저정도 불빛에서 잡을 수가 있는 것인지도 놀랄 지경이네요.
    일본 주조의 풍속. 잘 봤습니다. 꾸벅…

    1. 니콘에서 가장 밝은 렌즈라고 할 수 있죠.
      50mm f1.4렌즈 거든요.
      이 렌즈에다 요즘의 좋은 DSLR이면 밤이라고 해도 어디서나 사진이 가능한 듯해요.
      밤늦게 남의 나라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은 재미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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