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았다.
사랑의 고백은 한가지 모습으로 오지 않았다.
꽃이 피고 딸기가 열리는 두 달여의 시간 동안
사랑 고백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왔다.
처음에 딸기는
작고 앙증맞은 꽃 하나를 내밀며
너를 사랑해라고 고백했다.
사랑 고백할 때의 꽃은
장미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난 좀 두고보기로 했다.
두번째 만나자 딸기는 꽃을 거두고 있었다.
대신 연두빛의 냉랭한 표정으로
날 모른 척했다.
우리 서로 아는 척 하지 말자구요.
나도 너무 풋풋하고 설익어
내가 받아주기에는 무리라며
그러자고 했다.
그 다음에 만나자 딸기는
한쪽이 발그랗게 달아오른 부끄러운 표정으로
너를 사랑해라고 조그많게 속삭였다.
사랑 고백에 기분은 좋았지만
나는 그렇게 수줍음이 많은 사랑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딸기의 사랑을 거절했다.
그 다음에 만나자 딸기 하나가
붉게 고백했다.
아주 노골적으로 너를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제 딱 내 스타일이었다.
나는 너의 사랑을 받아줄께 하고는
냉큼 딸기를 따먹었다.
딸기의 뜨거운 사랑은 상큼하고 또 달콤했다.
딸기에게 또 뜨겁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또
뜨겁고 붉은 딸기의 고백이 있었다.
살펴봤더니 화분의 한 귀퉁이에서
딸기가 붉게 고백하고 있었다.
너를 사랑해라고.
그 사랑도 받아주려 했더니
바로 옆의 딸기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아니 이런 내가 누군가의 사랑을 가로챈 것인가.
딸기 두 개가 붙어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나에 대한 고백이 바로 옆의 딸기를 향한 고백일 수 있다.
**베란다 화분의 딸기 얘기는 다음에서 이어지고 있다
–커플 지향성 딸기
–딸기에 색이 차다
–딸기의 부끄러움
–드디어 딸기가 열리다
–햇볕의 선물: 처음 딸기 꽃이 피었을 때의 얘기
4 thoughts on “딸기의 사랑 고백”
세번째 사진을 보니 털이 숭숭 있는게
털보총각의 사랑고백같아요..ㅋㅋㅋㅋㅋ
헐, 그럼 더더욱 내 스타일 아닌디.. ㅋㅋ
화분 딸기 연작시를 보면 이쪽이나 저쪽이나 사랑이 참 쉬운 게 아니란 걸
새삼 느낍니다. 저는 왠지 첫 번째 풋풋한 꽃고백이 맘에 드는군요.
딸기를 너무 울궈먹나 하는 생각도 들고..
딸기는 계속 열릴 것 같구요,
철쭉은 이제 전성기에 오르는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