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찾아간 남한산성 검단산 산행기

보통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관심사나 오래된 인연,
아니면 비슷한 세계관을 공통점으로 삼아 둘러 앉게 마련이다.
각종 동호회는 동일한 관심사로 모이게 되는 모임일 것이며,
동창회나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은 오래 전의 인연이 모임의 끈이 된다.
정치에 대한 입장이 같아 모임이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그냥 사람 자체가 좋아 모이는 모임도 있다.
이런 모임은 그렇게 흔하게 만날 수가 없다.
다행히 나에겐 그런 모임이 하나 있다.
자주 모이진 못하지만 가끔 만나 산에도 가고
또 저녁 때쯤 모였을 때는
술집에서 만남을 시작하여 2, 3차의 강행군을 펼치기도 한다.
이 모임의 장소는 특별하게 정해져 있질 않다.
영화관에서 모여 영화를 보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할 때도 있었다.
한마디로 모임에 어떤 형식이 없으며 주제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좋은 사람들과 이번에는 남한산성에서 모였다.
남한산성에서 모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남한산성 안내 지도 캡쳐

이번 산행의 대체적인 경로이다.
초록색 선이 시작한 선이며, 감청색선은 돌아올 때의 행로이다.
성곽을 따라 돌아본 것이 아니어서 상당히 갈팡질팡 다녔다.
우리 모임과 비슷하게 산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산행은 주차장에서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원래 네 부부로 구성된 모임인데 또 한 부부가 빠졌다.
그 빈자리는 홍순일 송선자 부부가 데리고 온
그 집의 아들 홍진표가 메꾸어 주었다.
대만 여행으로 지난 모임에 빠졌던 서재석씨는
이번에는 아내 박영수씨를 모시고 멋진 패션 감각으로 함께 해주었다.
얼굴본지 오래된 이승재 채연숙 부부가 보고 싶다며
다음에는 그 집 동네 근처에서 술로 시작하는 모임을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
역시 아주 바람직한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안나온 사람들에게 왜 안나오냐고 채근하지 않고
안나오면 쳐들어가는 사람들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원래의 계획은 남한산성 동쪽 방향에서 시작하여
성곽을 한바퀴 도는 것이었으나
주차장에서 차를 세울 때 눈에 들어온 표지판의 유혹에 넘어가
오늘은 저리로 한번 가보자며 한번도 가보지 못한 숲길로 들어섰다.
다들 나무 그림자가 짙어진 숲길을 만족스러워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걸음을 좀 떼어놓다 산딸기를 만났다.
원래 열매와 꽃은 확연히 구별되는데
가끔 산딸기는 열매도 꽃같은 느낌이다.
산딸기 열매는 말하자면 꽃이 진자리를
열매가 아니라 또다른 꽃으로 채워놓은 느낌이다.
예전 같으면 따먹으려 냉큼 손을 내밀었겠지만
시골을 떠난지 오래 된 나는 마치 처음보는 꽃이라도 되는 양
잠시 산딸기 앞에서 꽃구경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커다란 떡갈나무 잎에 무당벌레 한마리가 앉아 있다.
참으로 넓고 광막한 푸른 대지일 것 같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숲을 조금 걷다보니 곧바로 남장대가 나온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검단산이 바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다.
오늘은 남장대가 아니라 검단산 조망대가 되어 버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잠시 여장 풀고 싸가지고 온 것들 풀어놓았다.
삶은 계란에 떡과 김치, 찐 고구마까지 다양한 것들로 진수성찬이 되었다.
특히 삶은 계란은 한알을 까먹자 배속에 삶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삶에 대해 알려면 삶은 계란을 먹어봐야 하는 건가.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간단하게 먹고 얘기도 좀 나눈 뒤에 다시 걷기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가 무작정 걷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연에 나와서
그렇게 무례하게 걷기로 제 몸의 건강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우리는 서어나무가 나타나면
그래도 서어나무가 서어라고 말하는데 그냥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며
그 나무 앞에서 섰다가 가곤 했다.
서하면 될 것을 서어라고 한 것을 봐선
서어나무는 충청도 출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서어나무 앞에서 섰다간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무 앞에서 예의를 지키는지 관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우리가 서어나무를 들여다보고 서 있으면
성곽을 걷던 다른 사람들도 뭔가하는 표정으로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봐, 다들 서잖아.
서어나무 앞에서는 모두 섰다 가게 된다니까 하면서
우리는 사람들을 서어나무 앞에 세워두고 우리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우리는 곧바로 성을 빠져나와 검단산 방향으로 향하다가
숲길로 접어 들었다.
야생화 찍으러 몇 번 와봤던 길이어서
검단산으로 가려면 이리로 가면 안될 듯 싶었지만
그 길이 그 길이 아닐까 싶어서 나도 그냥 사람들이 가는대로 따라갔다.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햇볕을 가려준 숲길은 걷기에 아주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숲속의 오솔길이
검단산으로 가는 작은 폭의 콘크리트 길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오솔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일행은 각각 자연스럽게 짝을 맞추어
그 길을 이런 저런 얘기들로 채우며 걷고 있었다.
걸음걸이로만 채우는 산행과 달리
얘기를 함께 채우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산행의 매력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길을 가다 돌탑을 하나 만났다.
그런데 누군가 잘린 나무 둥치 위에 쌓은 작은 돌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근데 이렇게 되면 이건 나무탑이냐, 돌탑이냐.
나무도, 돌들도, 내 의문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두 번째 휴식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다들 쉬어가는 곳인 듯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쉬고 있었다.
가끔 모두가 쉬는 곳에서
그곳의 다른 휴식에 묻어서 쉬는 것도 재미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두 번째 휴식을 마치고 조금 걷다보니
아무래도 길을 잘못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산의 능선을 봐선 자꾸 성남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했다.
방향을 틀어 산으로 오르는 듯한 가파른 경사로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길도 길은 아니었다.
조금 올라가자 철조망이 우리의 앞을 가로 막았고
철조망은 우리에게 이곳을 넘어들어오면
지뢰를 터뜨리겠다고 협박했다.
그 협박 앞에 움츠러든 우리는
철조망을 따라 난 길로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잠시 로프를 잡고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는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뜻하지 않은 사태였다.
다행이 길을 찾기는 찾았는데
눈밝은 우리의 일행이 이게 좀 전에 우리들이 지나갔던 길이라고 했다.
산을 올라 오르락내리락했는데
그러면서 우리는 후진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 속에서 모든 방향이 뒤죽박죽으로 뒤엉켰다.
나는 조금 걷다가 사진을 찍었던 돌탑을 만나고서야
뒤엉킨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대충 방향의 감을 잡은 우리는
숲속에서 지난 가을의 노래가 깔려있는 평평한 곳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삶에 대한 깨달음을 위하여 삶은 계란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점심 먹은 다음에는 손쉽게 원래 가려던 길을 찾아냈다.
그 길로 오르다보니 길가에 눈에 띄는 나무 한그루가 있다.
저렇게 부등켜 안고 크기도 힘들었을 정도로
뜨겁게 포옹을 하고 있는 나무였다.
가끔 산에 와서 저런 나무의 흉내를 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한 통신사의 전파송신탑이 서 있는 곳에서 헛물을 켜고
무슨 산이 정상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냐고 투덜거리면서 내려오다
샛길로 스며들어가 드디어 표지석을 찾아냈다.
어쨌거나 왔다갔다는 기념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여긴 정상이라기보다 사실은 헬기 착륙장이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 이곳에 왔다가 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돌아오는 길도 원래 계획했던 길을 찾지 못해
결국 콘크리트 길로 회귀를 하고 말았다.
계획한대로 되었다면 숲길을 걸어 동문쪽으로 갔을 것이다.
그 길은 결국 다음 일정의 산행로로 남겨두었다.
남한산성의 마지막 행선지는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불당리가 되었다.
그곳의 주먹손두부집에서 두부 구이에 곁들여 막걸리를 한잔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6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이 집은 무슨 두부가 꼭 빵처럼 생겼다.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도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두부 맛을 선물한다.
두부는 막걸리 한 잔을 부르고
이상하게 막걸리는 딱 한 잔을 부르고 나면
그 한 잔이 두 잔을 불러오고, 두 잔은 세 잔을 불러온다.
우리의 입장에선 아주 기특하기 짝이 없는 한 잔일 수밖에 없다.
기분좋게 취했으며 집에 와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나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이승재 채연숙씨 보고 있나.
우리 다음에는 오남 저수지가서 수영할 생각이다.
댁들도 그날 수영복 갖고 나오시라.

2 thoughts on “갈팡질팡 찾아간 남한산성 검단산 산행기

  1. 유쾌한 하루 산행이었지요. 남한산성을 종종 가고, 외벽으로 한 바퀴 돌기도 했지만
    남장대와 성남 검단산 쪽은 처음 가본 길이어서 새로웠구요. 주먹손두부집 두부는
    정말 맛있더군요. 두부 철판스테이크는 조만간 다시 먹어보고 싶습니다.

    1. 생각해보니 성곽으로 반바퀴 돈 뒤에 바깥으로 나가서 외벽으로 반바퀴 돌아 다시 원래 위치로 오는 것도 재미날 듯 싶네요. 북문에서 시작하여 남문 옹성의 문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듯 싶습니다. 남한산성이 재미난 코스를 많이 개발할 수 있는 곳이네요. 아예 불당리서 그 근처의 산을 올랐다 내려와도 괜찮겠다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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