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한강 100리길을 돌아오다

8월 31일 오후에 오래간만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한강 줄기를 더듬으며 살펴보자면
가장 위쪽에 있는 광진교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가양대교까지 간 뒤,
가양대교를 타고 강북 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광진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아주 길고 오랜 길이었다.
생각해보니 100리가 넘는 길이다.
천호동에서 시작할 때 여의도까지 24km라고 되어 있었으니
그곳까지만 갔다 와도 100리 길은 된다.
낮 3시쯤 집을 나섰던 길이
밤 12시 30분이 넘어서야 다시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네이버 지도 캡쳐 화면.
빨간색 선이 이번에 돌아본 한강길
Photo by Kim Dong Won

우리집에서 한강으로 나가는 자전거 길은
암사동을 거쳐간 뒤 토끼굴이라 불리는 통로를 이용한다.
그 굴은 원래는 차가 다니고 옆으로 아주 옹색하게 사람들 통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차는 못다니고 사람들만 다니게 되어 있다.
그 통로를 나가 광진교 쪽으로 내려가면 넓은 잔디 지역이 나온다.
그곳에서 한 아저씨가 방패연을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연을 날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처음 알았다.

Photo by Kim Dong Won

광진교와 천호대교를 지나면 올림픽 대교가 나온다.
배 한 척이 떠 있었고, 무슨 그물을 건지는 듯 보였다.
사진을 찍자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였다.
그냥 올림픽 대교만 찍는 것보다는
배가 한척 떠 있는게 훨씬 더 좋아보여서 찍은 것 뿐인데…

Photo by Kim Dong Won

올림픽 대교를 지나면 잠실 철교가 나오고,
그 다음은 잠실 대교이다.
잠실 대교엔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다.
그 아래쪽은 육중하기 이를 데 없다.
다리를 굳건한 다리가 받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잠실을 지나 청담대교로 들어서기 전
자전거 한대가 옆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이 자전거를 주목해 보시라.
어딘가 좀 이상하기 않은가.
보통은 포크처럼 양쪽으로 갈라진 축이 그 가운데 바퀴를 끼고 있는데
이 자전거는 단 하나의 축밖에 없으며,
그 축의 한쪽으로 바퀴가 붙어있다.
꽁지가 빠지라고 달려 이 자전거를 추월한 뒤
사진을 한장 찍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청담대교와 영동대교를 지나면 성수대교가 나타난다.
멀리 강북쪽의 구름이 아주 좋다.

Photo by Kim Dong Won

동호대교를 지나 한남대교에 이르렀다.
한남대교는 아마도 한강다리 중에서 가장 폭이 넓은 다리일 것이다.
다리의 북쪽 끝으로 남산이 보인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림같은 배 두 척이 엷은 바람을 안고 강을 떠간다.
그것도 쌍으로 보폭을 맞추고 있다.
둘이 보폭을 맞추면 아름다움이 수배로 증폭된다.
한강에서 물놀이하는게 이해는 안가지만 보기에는 좋다.
(강원도 영월에서 자란 내게 한강물은 가까이 가는 것도 꺼려질 정도로 더럽다.)

Photo by Kim Dong Won

아래쪽으로 잠수교를 안고 있는 반포대교를 지나
동작대교에 이르니 다리 아래쪽으로 여의도의 63빌딩이 보이기 시작한다.

Photo by Kim Dong Won

한남대교나 반포대교나 모두 모양이 밋밋한데
동작대교는 다리 위의 아치 때문인지 보기에 멋지다.
한남대교처럼 다리의 북쪽 끝은 남산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한강대교에 도달하니
유람선 두 척이 다리밑을 빠져나오고 있다.
원래 다리 밑으로 기어나가면 아주 치욕스런 느낌이 드는 법인데
유람선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이 다리가 그 다리가 아닌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드디어 여의도다.
63빌딩이 바로 코앞에 있다.
우람하기 이를데 없는 빌딩이지만
좀 거리를 두고 세워놓으면 다 조그맣게 축소된다.
아직은 나를 싣고 달려온 자전거를 앞에 세워놓고 보아도
자전거는 전혀 위축됨이 없다.
크고 높은 것에 위축이 된다면
좀 떨어져서 멀리 바라보면 되는 것 같다.
애걔, 겨우 내 새끼 손가락만하잖아.

Photo by Kim Dong Won

63빌딩이 아무리 높다한들 다 사람이 세웠다.
누군가 땅을 팠을 것이며, 누군가 철골을 이어붙였을 것이다.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보통 2인용 자전거는 남자가 앞에 타는데
여자분이 앞에 탄 연인이라 특히 눈에 띈다.
사람은 63빌딩도 세우고, 또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

Photo by Kim Dong Won

63빌딩을 지나치며 만난 원효대교.
이 다리 역시 북쪽 끝은 남산으로 향하고 있다.
반포대교부터 원효대교에 이르는 한강 다리는 모두
남산을 경배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여의도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가본 경험이 있다.
그 아래쪽으로는 처음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계속 한강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지나고 당산철교를 만난다.
철교 북쪽의 지하철 입구가 끊임없이 열차를 삼키고 또 토해내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양화대교를 지나니 선유도 들어가는 다리가 나온다.
자전거는 못다닌다.
오직 사람들만 두 다리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사진찍기에 좋은 곳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내가 보기에 한강에서 제일 멋있는 다리는
바로 이 성산대교이다.
이 다리는 월드컵 경기장쪽으로 이어진다.
한강의 강북쪽으로는 이 다리까지 와본 적이 있다.
하지만 왔다가 자전거로 돌아간 적은 없다.
이 다리까지 와선 그녀의 차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갔었다.
그 다리를 처음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라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이제 가양대교에 이르렀다.
아래쪽으로 아직 방화대교와 행주대교가 남아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가양대교를 타고 북쪽으로 넘어갈지 그게 걱정이다.
한강 다리는 강변에서 곧바로 다리를 탈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강의 상류쪽은 자전거로 강변에서 곧장 다리에 올라 북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데
하류쪽은 그런 다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이럴 때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대충 찾아보지, 뭐”라고
편안하게 생각하는게 최고이다.
가양대교 아래쪽에 바깥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있었고,
그리로 나가 다리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니 곧바로 출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다리 위로 올라가니 그림같은 배 한척이 강위에 떠 있다.
무슨 사진 촬영 중인 듯 싶었다.
나는 사진 촬영 중인 그 배를 또 촬영했다.

Photo by Kim Dong Won

가양대교 중간에서 북쪽으로 시선 한번 주었다.
멀리 성산대교가 보이고, 63빌딩도 보인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한강의 남쪽 강변을 따라 50리를 넘게 내려왔다.
이제 북쪽 강변을 따라 50리 넘게 올라가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가양대교의 남쪽 끝은 비록 한강변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지척에 강변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북쪽은 강변과는 아예 인연을 멀리하고 있었다.
다리끝을 벗어난 나는 한강변을 찾아
일단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다리가 슬슬 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장 앞에서 일단 “대~한민국” 한번 외쳤다(속으로).
월드컵 경기장까지는 강북의 한강변 자전거길을 타고 두세 번 와본 적이 있다.
그래서 쉽게 한강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 한번 와본 길은 밤에도 익숙하다.

Photo by Kim Dong Won

이제 성산대교와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를 지났다.
힘이 들어 벤치 하나를 완전히 점거하고
그 위에 드러누워 한참을 쉬었다.
뻗어서 쉬었다는 얘기가 맞을 듯 싶다.
강건너편으로 낮에 그 앞을 지나온 63빌딩이 보인다.
불빛이 화려하다.
서울은 어둠도 범접을 못하는 도시다.
밤은 어둠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좀 무섭고,
그럼 귀신들도 활개칠 수 있는 그런 맛이 있는 법인데…
서울은 밤에도 하나도 안 무섭다.

Photo by Kim Dong Won

다리 하나 지날 때마다 쉬는 것 같다.
한강철교와 한강대교 지난 뒤 한강대교를 바라보며
다시 강변의 벤치에서 쉬었다.
63빌딩이 아직도 멀리 보인다.
63빌딩이 시선에서 지워져야 좀더 집에 가까워지는 건데…
내려갈 때는 보이는게 반갑더니
올라갈 때는 “저 빌딩 아직도 보이네” 하면서 빨리 팽개치려 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잠수교 아래쪽, 강변의 가로등 불빛 아래,
거위들이 모여서, 그 밤에 놀고 있었다.
이거, 뭐야. 거위가 무슨 향일성 불나방도 아니고.
이제 거위도 누리게된 문명의 혜택을 즐거워해야 하는 건지,
아님, 밤을 잊은 거위들의 신세를 슬퍼해야 하는 건지…

Photo by Kim Dong Won

이제 한남대교이다.
한강의 강변북로가 강을 따라 공중으로 날아간다.
길은 공중으로 날아가는데
그럼 그 위를 달리는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기분일까.
나도 그 길을 달려보았지만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그 길도
위로 올라타면 그냥 평범하고 자주 막히는 짜증나는 도로였다.

Photo by Kim Dong Won

성산대교와 뚝섬을 지나 드디어 올림픽대교에 도달했다.
대개의 한강변 자전거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길이지만
뚝섬을 지나고 나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진다.
오르막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내리막은 타고서 신나게 달렸다.

Photo by Kim Dong Won

이제 광진교에 올라섰다.
다리에 올라서는 순간 다리에 싸였던 피곤의 8할은 가시는 느낌이다.
집은 가까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피곤을 씻어주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광진교 다리 중간에서 남쪽을 바라본다.
바로 앞의 천호대교는 잘 보이질 않고,
멀리 올림픽대교와 테크노마트가 더 눈에 들어온다.
역시 밤에는 눈앞의 거리보다 환한 불빛이 더 존재감을 밝혀준다.
한강을 한바퀴 돌아보니,
한강엔 강이 있고, 사람이 있고, 다리가 있고, 배가 있고, 온갖 것들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시간은 12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그녀가 사다놓은 맥주 한잔으로 즐겁게 취한 뒤 쓰러져서 잤다.

14 thoughts on “자전거로 한강 100리길을 돌아오다

  1.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는대학에서 자전거 라이딩 수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주 내용은 초보라이딩과 자전거의 법률 상식이고요, 관심있으실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하는데요, 꼭 한 번 들러주세요. ^^http://www.onoffmix.com/e/mapouniv/1056

    1. 가양대교는 너무 위험하니까, 한강 건너는 건 양화대교에서 건너가세요.
      가양대교는 차가 너무 많고 속도를 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해요.
      양화대교는 그냥 계단으로 끌고 올라갈 수 있고, 전혀 위험이 없답니다.

  2. 다리(대교)들의 힘차게 구부러진 멋진 곡선에, 눈이 딱 멎었어요.
    차 타고 갈 땐, 그저 밋밋하게 느껴졌던 곡선들인데
    리듬이 느껴집니다. 호흡도요! ^^

  3. 63빌딩을 아직 못가봤는데 야경도 참 멋지네요.
    가서 건물이라도 만져보고싶은 기분.^^
    그래도 서울가면 남산에 먼저 가보고싶을거에요. 추억이 많은 곳이라.^^

    1. 오늘은 forest님이랑 잠실부터 동작대교까지 걸어가며 사진을 찍었어요.
      여의도까지 가려고 했는데 눈앞에 두고 포기했어요.
      갔다와서는 동네서 아는 사람 만나 술 한잔 하고…

  4. 우와~ 무척 많이 타셨네요. 한강 일주를… 🙂 저는 꿈도 못 꿉니다. 며칠 전 8km 타고 힘 빠져서.. 😀
    앞바퀴 포크는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 두 개가 내려가는데, 저렇게 하나짜리도 있더라고요. 무슨 장단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둘이 타는 Tandem bike는 예전에 무척 사고 싶었어요. 색시랑 같이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집이 좁아서 둘 곳도 없고, 살 돈도 없고 그렇네요. 😀

    p.s. eastman님 덕분에 오늘 저녁에 탄천 변에 나가 자전거 좀 타봐야겠습니다.

    1. 둘이 타는 거 중에 접는 게 있었는데 저도 그거 사려고 하다가 결국 접는 자전거 두 개를 샀어요.
      이번 일주는 좀 힘들더라구요.
      선유도에서 사진찍고 양화대교쯤에서 마감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5. 한강 백리 자전거 달리며 바람 맞으며 눈에 휙휙 지나치는 풍경들과 사람들,
    덕분에 서울 구경 잘 했어요.
    정말로 다리 잔뜩 뭉치셨겠다. (웃음)

    1. 그게 여의도까지는 몇번 갔다 온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만만하게 봤는데 가양대교 넘어가는게 좀 먼게 아니었어요.
      이제 여의도 아래쪽 선유도로 사진찍으러 가는 건 무리없이 갔다올 수 있을 거 같아요.

  6.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였죠. 불과 며칠 새 여름에서 가을로 바뀐듯합니다. 계절도 디지털화돼서 이진법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0 아니면 1, 도 아니면 모. 비무장지대 같은 완충지대가 없어진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1. 날씨도 약간 흐려서 더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삼각대를 챙겨가지고 나가려 했는데 차에 실어놓는 바람에 갖고 나가질 못했어요. 차는 같이사는 그녀가 몰고 나갔거든요. 삼각대가 있었으면 야간 촬영을 할 때 좋은 사진을 얻었을 듯 한데 대신 그러면 사진 촬영에 더 많은 시간을 까먹었을 것 같아요. 아무도 밤 두 시는 되어야 집에 도착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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