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속으로 사라지다
오후 6시 24분 33초.저녁 햇살에 몰려 쫓겨온건너 편 아파트의 그림자가우리 아파트 옥상의 벽에 부딪쳐걸음이 막혔다.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다급해진 아파트 그림자는내 그림자를 […]
나무와 그림자 – 도예가 한미의 십자가 작품 두 점
가끔 산에서 속을 비우고쓰러져 누운 나무를 만났다.나무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채텅 비어 있었다.언젠가 도예 작품전에 갔다가도예가 한미의 작품을 보았다.속을 텅 비운 나무가 […]
긴장과 긴장 사이
양재천 한가운데 왜가리 한 마리 서 있다.물들이 걸음을 직각으로 꺾었다 수평으로 폈다를 반복하며짧은 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는 곳이다.계단 왼편의 위쪽으로 한 사내가 앉아 […]
무궁화의 흡연
거리를 걷다가 공원으로 들어서면서표지판 하나를 보았다.짙은 색을 밑면에 깔고하얀 글씨로 금연 금주라고 써 놓고 있었다.공원에서 담배도 피지 말고 술도 먹지 말란다.말로는 모자랐는지담배와 […]
비와 버드나무
비가 오면세상 모든 나무가 비에 젖는다.하지만 버드나무는 예외이다.버드나무에게 비오는 날은머리 감는 날이다.올여름은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려머리 한번 원없이 감은 한해였다.그러나 […]
햇볕과 코스모스
길거리를 걷다가길가에 가꾸어 놓은 화단에서 코스모스를 보았다.코스모스 하나가 온통 얼굴을 가리고 있다.왜 얼굴을 가리고 있니?부끄러움을 많이 타나 보구나. -부끄러운게 아니라 햇볕에 얼굴 […]
시인과 잠자리
김주대 시인과 남한산성에 놀러갔다. 성곽을 따라 걷던 시인이 걸음을 멈춘다. 시인의 걸음을 멈춰세운 것은 잠자리였다. 시인이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잠자리의 자리에서 나는 창끝을 […]
비행기 꼬리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갔다.길게 꼬리를 남기고.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지만그 무엇도 비행기를 잡을 수 없었다.비행기가 남긴 비행기 소리도비행기가 간 곳을 수소문하며비행기가 남긴 하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