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밖의 또다른 그녀
오늘 저녁그녀가 계속 옷을 갈아입는다.옷을 갈아 입을 때마다내가 등뒤의 지퍼를 올린다.알 수가 없다.지퍼를 올리는데나는 옷이 눈에 들어오질 않고그녀의 몸만 눈에 들어온다.옷은 그저 […]
초록의 바닷속
키높은 나무가좌우로 빽빽히 늘어선 제주의 길은그냥 길이 아니다.그곳은 초록의 바닷속이다.그곳의 바다는 밤낮으로 깊이가 다르다.밤의 그곳은 바닥없이 깊어서빛을 모두 집어삼킨 캄캄한 심해가 된다.낮엔 […]
달과 전기
밤새 나를 밝혀준 것은줄타기 하듯 전기선을 타고그 어둔 밤을 달려온 전기였을 것이다.그러나 내 눈을 끌어간 것은새벽 하늘에 떠 있는 달이었다.그믐으로 기우는지보름으로 차오르는지 […]
도예가와 시인
그녀의 눈앞에 놓인 것은 진흙덩이였다.아직 물기를 머금어 말랑말랑했다.그녀가 손을 뻗고 그 손에 무게를 싣자흙은 그녀의 무게를 제 품에 품었다.그녀의 무게를 받아들인 자리가 […]
강변의 밤과 가로등
강변에 가로등을 켜놓은 이유는밤에도 당신에게 강변 풍경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예요.밤이 앞을 가리면 그때부터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요.가로등을 켜놓아도 그냥 그 발밑만 훤할 […]
풀꽃반지
결혼할 때무슨 반지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하지만 나는 반지라는 말만 새겨듣고앞다투어 그 앞을 어정거리려고 하는금이니 다이아몬드니 하는 수식어들에겐절대로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아니 멀리 […]
분수와 나무 2
분수는 나무만큼 치솟았고나무는 분수만큼 치솟았다.분수는 올라간 높이를곧바로 내려왔으나나무는 올라간 뒤로자신의 높이를 내려오지 않았다.물은 오르락내리락하는 나무이고 싶었고,나무는 한번 올라가고 나면그 자리에 머무는 분수이고 […]
섬과 밀물
조금 기다려 봐요.그럼 섬까지 갈 수가 있어요.섬은 바다의 차지지만서해에선 바다가 바다로 외출을 나가죠.나가선 한참 동안 놀다가 들어와요.그 사이에 섬에 가서 놀다 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