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과 푸른 잎
나는 분명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으나푸른 잎들은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그러다 가끔 바람이 지날 때마다열광적으로 온몸을 일으켜 갈채를 보내곤 했다.한참 보다보니 푸른 […]
강의 깊이 – 신용목의 시 「왕릉 곁」을 읽다가
시인 신용목은 말했다.무덤에는 “도굴로는 짐작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고.강도 마찬가지이다.강은 포크레인으로 파내선 “짐작할 수 없는 깊이”를 갖고 있다.강을 파내는 것은 무덤의 부장품을 […]
나무와 콘크리트
나무는 숨을 쉰다.죽어서도 숨을 쉰다.나무로 집을 만들면집 전체가 숨을 쉬기 시작한다.숨 하나에 숨 하나 만큼의 시간을 보내면서나무는 낡아가고 집도 낡아간다.나무의 집에 사는 […]
어느 날 아직 덜익은 포도에게서 들은 이야기
으, 보기만 해도 시어! 아직 덜 익어서 그래.하지만 내가 다 익기 전까지 이렇게 신 것은내가 엄청 똑똑해서 그런 거야.생각을 해봐.내가 익기도 전에 […]
마른 풀과 겨울 바람
-너, 꼴이 이게 뭐니?그 푸르고 싱싱하던 색들은 다 어쨌어? -어느 날, 겨울 바람이 왔는데… 너무 추워보여서겨울 바람한테 주었어, 모두. -이런 착해빠져 가지구.겨울 […]
바위와 여름숲
여름숲엔 초록이 그득이다.여름숲은 초록으로 넘실댄다.바람이 불면 그 초록이 완연한 물결을 그린다.여름숲은 초록의 부력을 가진 바다이다.초록의 부력은 놀랍기 그지없다.여름숲에선 초록의 부력에 몸을 맡기면바위도 […]
택배 상자
항상 집에온 택배 상자는사각의 반듯함을 자랑했다.귀퉁이나 가슴을 열어 물건을 내주면서도그 사각의 반듯함을 잃는 법은 없었다.그러나 오늘 온 택배 상자는 이상한 녀석이었다.내가 애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