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비상
모두들 내가 담벼락을 기어오른다고 했지.하지만 난 한 번도 담벼락을 기어오른 적이 없어.나는 항상 발을 내밀어 길을 찾고그러면 나에겐 푸른 날개가 돋지.푸른 날개가 […]
어둠의 시대로 내몰린 시인 — 신용목의 신작시 다섯 편
1신용목은 말했었다. 자신의 첫시집을 여는 시 속에서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갈대 등본」)고. 우리에겐 온몸을 분노로 뭉쳐 세상을 쏘아버리고 싶던 […]
흐릿해진 시력
나이 들면서가까이 들이댈수록 시력이 흐릿해진다.멀리 밀어내니 오히려 선명하다.눈이 내게 말한다.움켜쥐고 가까이 붙잡아 두었던 것들을이제 손에서 놓고 멀리 보내봐.가까이 두려하면 오히려 흐릿해져아무 것도 […]
여름
아침의 너는언제나 불같이 뜨겁다.너는 밤새 이불로 덮어고스란히 네 몸의 체온을 쌓아두고아침의 너를 안으면나는 그 뜨거움에 휘말려후루룩 불타올랐다한 줌의 재로 내려앉았다.조금 시간이 지나고 […]
흘러내린 담쟁이
보통 벽돌이 쌓여담벼락을 이루지만그 절의 한 켠에선기와가 쌓여 담벼락을 이루고 있었다.담에서 지붕의 냄새라도 맡았던 것일까.항상 숙명이라도 되는 듯담을 기어올랐던 담쟁이 넝쿨이빗물처럼 흘러내리고 […]
숲과 저녁빛
항상 저녁은 이별의 슬픔으로붉게 충혈된 눈빛을 남기고서쪽 하늘로 넘어갔다.산을 내려오다 숲속에서 보았다.서쪽 하늘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사실은 저녁빛이 우리의 눈을 빠져나가숲속 깊숙이 […]
반달로 나온 아침달
몸의 절반을 지우고도여전히 달이다.몸을 다 지워도사실은 여전히저 하늘 어딘가에 달로 있을 것이다.나도 나를 지울 수 있을까.슥슥 절반을 지우고또 슥슥 나의 모두를 지우고그리고 […]







